헌책방에서 책을 고르는 건 묘한 스릴이 있다. 어떤 책을 사겠다고 작정하고 찾아나서는 경우는 대개 드물다. 오히려 책이 찾아온다는 게 맞다. 오늘은 어떤 책이 있을려나 막연한 호기심으로 기웃거리다 어떤 갈증이 책에 꽂히면 눈이 환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헌 책방객들은 ‘건진다’는 표현을 쓴다. 헌책방이지만 요즘에는 새책이 더 많다. 이를테면 한번도 읽지 않은 손때 묻지않은 책들이다. 헌책은 주로 수집상들을 통해 나오는데 이사할 때 쏟아져 나오는 경우가 많다.
또 도서관에서 주기적으로 나오는 책들도 적지 않다. 얼마전, 헌책방에서 성경책을 하나 구입했다. 국제성서협회가 발간한 영문판 ‘The HOLY BIBLE’로 양장본 상태가 깨끗했다. 커버를 넘기니 사인펜으로 백지에 영문편지가 적혀 있다. 1995년 8월16일 ~에게. 편지는 스터디그룹에서 함께 공부하게 돼 기쁘다며, 이 성경책이 영어 공부를 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책 사이에는 알만한 대형 교회의 2006년 주보, 모 대학의 이름이 박힌 메모장이 끼어 있었다. 그러니 이 성경책을 선물로 받은 이는 적어도 10년 이상은 성경책을 곁에 두고 봤을 것이다. 희박하지만 선물을 하려다 포기했을 수도 있다. 헌책을 만나는 또 하나의 묘미는 누군가의 흔적 속에서 나의 어떤 기억과 다시 만나게 되는 것이다. ‘국민여동생’ 아이유의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중 ‘나의 옛날이야기’(원곡 조덕배)가 음원차트 1위를 달리고 있다. 80, 90년대 히트곡을 리메이크한 앨범이다. 90년대 문화의 기수 서태지도 나올 채비를 하고 있다. 90년대 추억하기는 지금 우리 사회 가장 강력한 트렌드다. 김난도 교수의 표현을 따르면 ‘소년감성을 가진 어른아이 40대’가 우리 사회 소비의 중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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