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홍 aT 사장(전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주변에는 사람이 늘 모인다. 호방한 성격에 선 굵은 업무 스타일로 농식품부와 농업계에선 ‘큰형님’ 또는 ‘여포’로 통한다. 직급이나 성별 구분없이 직원들과 격의 없이 대화하고 특히 실무자들에게 재량권을 대폭 부여하는 통 큰 리더로 소문났다. 대신 업무가 꼬이거나 난관에 봉착하면 적기에 뛰어들어 ‘해결사’ 역할도 마다 않는다.
장ㆍ차관들은 퇴임식과 함께 홀연히 청사를 떠나는 게 상례다. 그런데 여 사장은 지난 6월 8일 농식품부 차관직에서 물러나면서 그날 오후 예기치 않게 ‘연금 아닌 연금상태’로 머물며 저녁엔 ‘폭탄주 세례’를 받았다. 인사가 나자 부내 실국장 열댓명이 모여들어 이대로 헤어질 수 없다며 4시로 예정된 퇴임식을 퇴근시간에 늦추면서까지 만찬을 급조해 석별의 잔을 기울였던 것.
그의 금연 스토리도 농정 전문가로서 프로근성을 엿보게 한다. 퇴임 날 후배들에 이끌려 저녁 술자리를 가진 뒤 어깨동무로 기념촬영을 했고 그 자리에서 마지막 흡연을 하면서 돌연 금연을 선언했다. 술기운이겠지라는 주변의 반응과는 달리 실상은 그만의 철저한 해묵은 스케줄에서 비롯된 “금연” 외침이었다. 사연은 이랬다. 5년 전 담배재배 농민들이 가격인상을 요구하며 거칠게 집단행동에 나섰고, 밀고 당기던 갈등끝에 어렵사리 대화의 장이 마련됐다. 사태가 진정될 즈음 여 사장은 담당 공직자로서 공직에 있는 한 담배를 피우며 농가의 애로를 이해하고 또 해소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그자리에서 다짐했고, 결국 그 약속을 실천에 옮겼다. 평소 술과 담배를 즐기며 먼저 베풀면서도 끊고 맺는 그의 과단성이 다분히 묻어나는 대목이다.
여 사장은 공직생활 내내 aT의 핵심 업무인 유통과 인연이 유독 많다. 유통정책과장-유통국장-식품산업정책실장 등을 역임하면서 aT 관련 업무에 대해 나름 고민을 많이했다고 한다. 농산물 유통구조 개혁에 비로소 제대로 박자가 맞아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 사장은 내년 창립 50주년을 맞는 aT의 위상에 걸맞게 국민들에게 더 잘 알려지도록 조직의 색깔을 분명히 하겠다고 한다. 무엇을 하는 곳인지 확실히 드러나도록 선택과 집중으로 업무와 조직에 변화를 줄 각오다. 이것 저것 욕심내기 보다는 우리 위치에 맞는 그림을 그리고 우리 미션을 독자적으로 추진하면서 그 역량으로 정부위탁사업을 차질없이 실행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수급안정에 역점을 둬 농민들이 안심하고 농사를 짓도록 하고 유통개혁과 수출, 식품산업육성에 전사 차원의 전략을 동원하겠다 한다.
황해창 기자/hchwang@
hchw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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