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도제 기자] 시종일관 차분했다. 자국 최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외치는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으로 인한 충격도 잠시, ‘보호무역’이 강화되는 새로운 환경 속에서 생존을 모색하는 모습이었다. 위기 상황에서 흥분은 금물이다.

지난 10일 오후 서울 삼성동 트레이드타워 51층 소회의실에서 한국무역협회 주최로 열린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른 무역업계 간담회’ 자리의 분위기가 그랬다. 회의가 진행된 1시간 20분 동안 13명의 참석자 얼굴에서 웃음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표정은 굳어 있었고, 말투는 담담했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80% 이상이 무역을 통해 발생하는 상황에서 한미FTA 재협상, TPP 탈퇴 등을 외치는 미국의 새로운 대통령이 걱정스러울 수밖에 없다.

트럼프 당선자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거기에 멈추는 것은 아니었다. 새로운 기회도 있으며, 기회를 살릴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크게 들렸다.

섬유업계는 심각한 상황을 전했다. 특히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발효를 예상하고 TPP에 참여한 베트남에 투자를 진행한 업체들의 경우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의 TPP 탈퇴가 현실화되면, 미국에 의류를 수출하기 위해 베트남에 짓고 있는 공장은 하루아침에 무용지물이 된다는 얘기다.

자동차업계도 마찬가지다. 무역 장벽에 대한 우려는 물론 자국 중심적인 환율정책, 이로 인한 신시장의 경기 침체 등이 겹치면서 수출 감소가 뚜렷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표시했다.

반면 위기를 기회로 만들자는 이야기도 많았다. 또 이를 위해 공공외교를 강화해야 하며, 통상 전문가를 육성해야 한다는 요구도 이어졌다.

차분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솔깃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중견기업 대표는 “트럼프 당선인이 선거 때 이야기한 것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지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며, “한미FTA 재협상 현실화 여부도 불투명하기 때문에 서둘거나 당황할 필요 없다”며, 차분한 대응을 요구했다.

식음료 업계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공화당은 자유무역을 지지하는 것으로 한 사람이 바뀐다고 해서 다 바뀌는 것은 아니다”며, “우리나라는 미국 농산물 업계에 있어서 주요 고객이기 때문에 이러한 입장을 충분히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덤핑 등 고강도의 무역제재가 우려되는 철강업계도 미국의 인프라 투자 및 석유자원 개발은 기회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의 보호무역에 대비한 정부차원의 대응을 요구했다. 그는 “외국 통상전문가들이 장기간 근무하기 때문에 정확히 대응하지만, 우리나라는 너무 자주 바뀌어 외국과 협상할 때 어려운 점이 있다”며, “한미FTA 개정 협상을 해야 한다면, 과거 협상에 참여했던 통상전문가를 다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무역협회는 이날 간담회를 마치고 ‘대미 통상대응 TFT’를 구성해 운영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향후 미국 신행정부의 통상정책 관련 동향을 파악하고 대안을 정부에 건의하는 활동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김정관 무역협회 부회장은 “산업부와 정부부처와 협력해 모니터링 하면서 미국 대선 과정에서 제시된 공약이 실제 정책화될 지를 면밀하게 검토하겠다”며, “여러가지 부담 요인이 많지만, 기회 요인도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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