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중국에서 열린 학술대회에 초청을 받아 다녀왔다. 주최 측에서 학생을 붙여서 가이드를 해주었다. 한시간 남짓 이동하면서 그 학생은 쉬지 않고 수많은 질문을 쏟아냈다. 우리 연구실에서 진행 중인 연구 내용을 미리 공부를 해왔는지 매우 세세한 부분까지 물어봤다. 앞으로 전망과 함께 연구자로 더 성장하기 위한 진로 계획을 어떻게 짜야 하는지 조언도 구해 왔다.
그로부터 얼마 뒤, 국내 대학교 신입생과 면담을 할 때였다. 학생은 ‘정부출연연구소를 가려면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라고 물어보았다. 그래서 왜 연구소에 가고 싶어하는가 되물었더니 대답이 충격적이었다. ‘정년’이 보장되면서, 월 소득도 나쁘지 않고, 들어가기가 어렵지 한번 들어가면 스트레스받지 않고 편하게 지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란다.
언제부터인지 우리 사회에서는, 악착같이 노력하는 것은 지양하는 분위기가 팽배해졌다. 아버지 세대가 가정도 돌보지 못하고 평생직장에만 집중하였지만 IMF를 겪으면서 명예퇴직을 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규직-비정규직 사이의 부당한 차별을 겪게 되면서, 그리고 상식 밖의 노력을 요구하는 상황에 ‘헬조선’이라 비하하면서 이런 분위기가 더 고착화 됐는지도 모르겠다.
압축 경제 성장기를 통해 비정상적으로 굳어진 야근 문화 그리고 낮은 노동 생산성은 반드시 개선돼야 할 문제이다. 하지만 선진국에 들어서면 자연히 적은 시간 일하면서 큰 소득을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오산이다. 기업과 국가가 쉬지 않고 혁신을 계속하기 때문에 선진국 위치를 유지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기술 기반 산업에 있다는 것은 자명하다. 그리고 앞으로 더 나은 미래가 되려면 적어도 현재 삼성전자의 시가 총액인 200조에 버금가는 고부가 가치 벤처 기업에서 나와야 한다. 국내에서 시가 총액이 1조원이 넘은 ‘유니콘’이라 불리는 벤처기업이 매년 10-20개는 나올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돼야, 우리의 아들 세대, 손자 세대가 적어도 지금 수준의 생활을 유지하길 기대할 수 있다. 지금의 상황은 절박하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천에 따르면 2016년 세계 유니콘 기업 174개 중 한국은 단 2개 회사가 이름을 올렸다. 중국 회사는 무려 35개나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기술 기반 유니콘 기업이 많이 나오려면 제일 중요한 것이 사람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부에서 슬로건을 새로 내건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기술에 대한 깊은 이해, 혁신을 가져올 수 있는 비전, 그리고 기업을 성공할 수 있는 의지와 추진력을 가진 사람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런 인재를 키워내야 하는 것이 대한민국 국가의 중요한 목표가 되어야 한다.
과학 기술산업 정책은 2~3년 후를 예측하고 준비한다. 하지만 인재를 키워내는 교육 정책은 20-30년 후를 보고 준비해야 한다. 지금과 같이 실수하지 않는 능력이 중요한 입시 제도를 통해 선발될 학생들, 그리고 과도한 사교육 분위기 속에서 부모가 모든 것을 결정해 주는 생활을 유치원 때부터 대학교까지 해온 학생들이, 과연 세계와 경쟁하는 유니콘 기업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대학만 입학하면 완전히 번아웃 되어 의욕을 잃어버리는, 그래서 편하고 쉬운 직장만을 목표로하는 학생들에게서, 매일 새로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기술 기반 혁신 기업을 이끄는 모습을 상상하기는 어렵다.
늦었지만 지금 바꿔야 10년 후를 대비할 수 있다. 신기술 분야에서 국가가 부를 창출하지 못하면 파산하는 기술 경쟁이 더 심화할 것이다. 교육 정책들을 원점부터 검토해야 한다. 어렵더라도 제대로 된 원천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인재를 구별해 육성할 수 있는 정책을 짜야 한다.
jin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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