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대규모 촛불집회 평화적이지만 무서운 분노 잠재돼 있어”
[헤럴드경제=김진원 기자] 광화문 광장에 설치된 모형 단두대, 대검찰청 청사에 돌진한 포크레인, 서울중앙지검에 뿌려진 개똥, 그리고 국회에 투척된 화염병까지….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60ㆍ여) 씨에 의한 국정농단 사태를 바라보는 국민의 분노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물과 사건들이다. 9일 표결에 부쳐질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을 국민은 예의주시하며 일단은 차분히 지켜보고 있다. 전국 232만명이 모인 대규모 촛불집회에도 연행자가 한 명도 없을 정도로 분노를 자제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에 의해 탄핵안이 부결되면 움직일 방향에 대해선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다.
박근혜ㆍ최순실 게이트가 쏟아져나오던 지난 10월 29일 오후 4시 서울 광화문광장 한가운데에는 높이 약 4m의 모형 단두대가 설치됐다. 칼날 모양까지 쇠로 그럴듯하게 만들어졌다. 이날 서울 도심에선 2만여명이 넘는 시민들이 참여한 시위가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시위를 앞두고 누군가 성난 민심을 전달하고자 제작해 광화문에 가져다 놓았다. 단두대는 모습을 드러낸 지 10여분만에 경찰에 의해 철거됐다.
최 씨의 검찰 출석 당일인 10월 31일에는 박모(43) 씨가 “시녀검찰은 해체하라. 검찰부터 똑바로 최순실을 수사하라”며 준비해온 개똥을 투척했다.
다음날에는 대검찰청에 포크레인이 돌진했다. 포크레인 운전기사 정모(45) 씨는 전북 임실에서 올라와 대검 진출입차단기, 민원실 출입문, 등을 부숴 약 1억5000만원 상당의 피해를 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정 씨 역시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 사태에 분노해 범행을 저질렀다.
지난 2일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에 의해 박근혜 대통령 탄핵표결 추진이 무산된 후에는 국회에 화염병에 의한 방화가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8일 방화 용의자 김모(73) 씨를 검거해 조사중이다. 이 밖에도 박정희 동상에 페인트 테러 및 박정희 생가 방화사건도 발생했다.
이처럼 최근 몇주간 국민에 의해 평화적인 대규모 촛불집회가 이어졌지만 민심은 분노로 들끓는 상황이다. 탄핵안이 부결될 경우 민심의 향배가 어디로 향할지는 예측불허 상태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단두대와 화염병은 과격함의 상징으로 촛불집회를 추동하는 합의된 질서가 있는 만큼 갑작스런 폭력사태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면서도 “그러나 탄핵안이 부결될 경우 촛불이 여의도로 향하는 것은 물론이고 기존의 행정부와 입법부, 정치시스템 전반에 대한 부정으로 이어지면서 이 사태를 현 체제에서 수습하기는 훨씬 어려워 질 것이다”고 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지금 국민이 촛불시위에서 풍자와 해학으로 승화시키고 억제를 하고 있긴 하지만 그 안에는 굉장한 분노가 잠재돼 있다”며 “국회에서의 탄핵안 부결은 억제된 분노를 터뜨릴수 있고 그러면 민심은 정말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태가 될 것이다”고 했다.
jin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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