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미국이 국제사회에 대한 과도한 군사개입은 자제하되, 국제적 합의 속에 개입을 강화하는 새로운 대외정책 구상을 발표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육군사관학교 졸업연설에서 지난 10년간의 이라크ㆍ아프간전에서 탈피, 신(新)개입주의를 골자로 하는 새로운 대외정책 구상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27일(현지시간)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오바마, 新개입주의 외교정책 천명=오바마 대통령은 28일 육군사관학교 방문 후 다음 달 초 유럽 방문기간에 외교정책 방향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계획이며, 수주일 뒤에 존 케리 국무장관과 척 헤이글 국방장관 등이 현안별로 세부사항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백악관 고위관계자는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정책 비전은 고립주의나 일방주의가 아니라 개입주의이자 국제주의”라고 강조하고 “앞으로 대외정책의 초점은 이라크와 아프간에서 벗어나 새로운 개입의 무대에 맞춰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새로운 대외정책은 과도한 군사개입을 자제하면서도 국제적인 연대하에 적극적 개입에 나섬으로써 테러리즘과 국제사회의 적들에 대처하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삼을 것으로 알려졌다.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앞으로 발표될 대외정책 구상은 이라크와 아프간 전쟁이 논의를 지배했던 지난 10년을 넘어서는 중장기적인 계획이 될 것”이라며 “미국이 세계를 이끌면서도 이라크 전쟁처럼 도를 넘는 일은 없도록 균형을 지키려고 한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직접적이고 대규모의 군사행동을 배제하고 최소한의 개입을 시도하는 ‘가벼운 발자국’(light-foot print) 외교를 적극 추구하되, 전면전이 불가피한 상황이 조성될 경우 국제적 컨센서스 하에 부분적으로 참여할 뜻이 있음을 내비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국제사회, 소심외교 우려 여전=그러나 백악관의 이같은 설명에도 불구, 오바마 대통령의 새로운 대외정책 구상은 여전히 적극적 개입을 주저하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다고 워싱턴 외교소식통들이 전했다.
현재 공화당과 보수진영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해 시리아에 대한 무력개입을 포기함으로써 ‘외교적 무기력’을 드러냈고, 이에 따라 러시아가 크림반도 합병에 나서고 중국이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는 결과를 빚었다고 비판하고 있다.
초강대국 미국이 전 세계의 평화를 지키는 ‘팍스 아메리카나’ 시대가 저물고, 여러 세력들이 각축하는 ‘다극화’ 혹은 패권국가가 없는 ‘G제로(무극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힘의 공백에 따른 후폭풍을 우려한 이들이 오바마 대통령에 불안한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오바마 대통령이 ‘소심 외교’로 비판에 직면했으며 동맹국의 우려와 분노를 촉발하고 있다”면서 오바마 2기 행정부의 대외정책에 대한 국내외의 평가를 분석했다.
오바마 정부 대외전략의 가장 큰 문제로 꼽히는 것은 ‘적극성과 개입의 부재’다.
9ㆍ11 테러 주범이자 알카에다의 리더 오사마 빈 라덴을 2011년 7월 사살하는 성과를 냈던 1기의 모습을 보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중동에선 시리아 문제에 대해 지나치게 소극적이고, 위험을 회피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동맹국들도 ‘무(無)행동’ 외교에 불편한 심기 드러내=실제 오바마 정부는 지난해 8월 시리아 정권이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도 군사 개입을 통한 응징에 나서지 못했다.
2011년 무하마드 카다피 정권을 축출하기 위해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배치했지만 끝내 철회했다.
4년 간 16만명 이상이 사망하고, 900만명이 난민으로 전락한 시리아 내전은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때문에 세계의 평화와 질서 유지에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정부 내부에서도 우려 섞인 목소리가 터져나오는 실정이다.
오바마 정부의 외교 총책임자인 존 케리 국무장관은 지난주 모교인 예일대 졸업식에 참석한 자리에서 “지난 10년 간 과도한 개입주의의 유물이 지나친 고립주의로 이어져선 안 된다”면서 “다른 나라들은 미국의 존재를 걱정해서가 아니라 미국의 부재가 가져올 결과에 대해 불안해하기 때문에 잠들지 못하고 깨어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2008년 대선 당시 오바마를 지지했던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오바마 대통령은 올바른 직관을 가지고 있음에도 항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외교 전략으로 옮기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오바마 정부의 ‘무(無)행동’ 외교를 보는 동맹국은 더 불안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일본 같은 전통적 동맹국도 마찬가지다.
사우디아라비아의 투르키 알파이잘 왕자는 FT에 “늑대가 양을 잡아먹고 있는데도 양떼를 구하기 위해 달려오는 양치기가 없는 꼴”이라는 비유로 오바마 행정부에 직격탄을 날렸다.
FT는 특히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일으키고 있는 러시아와 중국에 대해서 오바마 대통령이 시기적절한 대응 카드를 꺼내들지 못하면서, 이를 계기로 유럽과 아시아에서 이들이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난 세력으로 커질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과거 오바마 정부에 몸담았던 제레미 샤피로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국제 정치의 구조적 변화 속에서 미국은 다른 외교 전략 운용이 필요하다”면서 “하지만 여전히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해 애쓰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test100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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