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영 균(광운대 경영대 교수)
지금과 같이 지구촌이 독일 월드컵 열기로 뜨거웠던 2006년, 나이키는 구글과 협력하여 소셜네트워킹 사이트인 조가닷컴(Joga.com)을 설립한다. 조가닷컴을 통해 고객은 자신의 축구 실력이 담긴 비디오를 업로드할 수 있었으며, 열성 축구팬 100만명 이상이 참여하는 커뮤니티에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거나 해박한 지식을 자랑할 수 있었다. 나이키는 조가닷컴 외에도 길거리 축구를 후원하고 유명 축구선수와 팬 간의 접촉이 가능한 웹사이트를 개발했다. ‘나이키 아이디’(Nike ID) 웹사이트를 통해 디자인 컨테스트를 열었으며, 각국의 프로축구협회 및 축구팀과 공동으로 선수 개개인에 특화된 제품을 디자인하여 공급하였다.
당시 나이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다양한 고객집단, 특히 육상선수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얻은 경험을 어떻게 실제 제품 개발에 반영할 수 있는가였다. 나이키는 종전의 제품중심 조직에 고객경험을 반영하기 위해 ECC(Experience Co-Creation) 프로세스를 도입하였다. ECC는 DART, 즉 고객과의 의미있는 대화 모색(Dialogue), 대화 촉진을 위한 접근수단의 제공(Access), 고객에게 발생가능한 위험 및 보상의 관리(Risk-return), 그리고 고객과의 투명한 정보공유(Transparency)를 핵심개념으로 하고 있다. 나이키는 DART의 구현을 위해 실시간 온라인 플랫폼인 나이키플러스시스템(Nike+ system)을 개발하고, 애플(Apple)과의 협력에 의해 iPod Nano/Sport Kit를 고객에게 제공하였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나이키는 경쟁사와 차별화되고 고객에게 의미있는 신제품을 개발하였으며 경쟁사가 모방하기 힘든 경쟁우위를 창출할 수 있었다.
지난 20년간 기업의 마케팅 환경은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기업의 핵심기능이 생산에서 마케팅으로 바뀌었으며, 기업의 활동 무대도 국내에서 해외로 확대되었다. 생산된 제품의 단순 판매보다는, 글로벌 관점에서 고객의 욕구를 파악하고 이를 충족시키기 위한 방안 모색이 중요해졌다. 유통업체의 교섭력이 증가하고 유통업체에게 유리한 이익의 재분배가 이루어지면서 제조업체와 유통업체간의 관계도 크게 변화하였다.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은 실시간 상호작용과 투명한 정보 공유를 가능하게 했으며 마케팅 및 로지스틱스 분야의 혁신을 초래하였다. 이러한 변화를 흔히 ‘뉴커머스’(New Commerce)라 부른다. 뉴커머스는 새로운 기업이나 구조 혹은 과정에 의한 상거래를 묘사하는 것으로, 경쟁과 협력의 동시 추구를 특징으로 하고 있다.
2014 헤경 히트상품의 주인공들이 지닌 공통점은 뉴커머스의 특징을 이해하고 이를 새로운 가치창출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음은 뉴커머스가 지닌 특징이다.
첫째, 종전의 제조업체와 유통업체 간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사업영역을 두고 이들 간의 상호침투가 활발해지고 있다. 닐슨의 유통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는 PLMA(Private Label Manufacturers Association)의 2013년도 보고서에 의하면 스위스, 스페인, 영국, 독일, 벨기에, 포르투갈의 PB 상품 시장점유율은 40%를 넘는다 (이들 국가는 모두 2014 브라질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였다.) PB 상품의 증가는 가치지향적 소비자(value-seeking consumers)가 그만큼 많아졌다는 증거지만, 유통업체가 제품의 품질, 브랜드, 제품 구색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여 소매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꾀한 결과이기도 하다. 월마트는 제품의 안전성과 친환경성을 담보하기 위해 모든 PB 제조업체로 하여금 제3자 인증을 받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둘째, 기업간 수직적 혹은 수평적 제휴가 활발해지고 있다. 모든 산업에 걸쳐 광범위하고 빠르게 기술이 발전하면서 더 이상 특정 기업이 모든 핵심 자원과 역량을 소유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비효율적인 것이 되고 있다. 반면, 보다 차별화되고 혁신적인 상품, 경제적이고 편리한 상품, IT와 감성 등 다양한 특성이 융합된 상품과, A/S, 정보제공, 금융, 보증 등 토털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욕구는 커지고 있다. 이러한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은 다른 기업과의 적대적 관계를 벗어나, 상호 신뢰와 호혜, 정보교환과 유연성을 강조하는 협력적 관계를 도모하고 있다. 미국의 식품제조협회와 맥킨지, 닐슨의 공동서베이에 의하면 상당수의 제조업체는 소매상과의 자원공유(resource sharing) 이외에도 공동마케팅조사, IT, 신제품개발 등 다양한 협력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셋째, 기업 내부보다는 외부의 정보와 지식을 활용하는 개방형 혁신이 적극 활용되고 있다. 제조업체에게 유통업체와 고객은 새로운 사업기회의 발굴과 신제품 아이디어의 주요 공급원이다. 나이키를 비롯한 많은 기업이 웹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얻은 고객 아이디어를 제품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 유통업체, 원부자재 공급업체 등 외부집단과의 상호작용에 의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공동으로 창출하고 있으며, 이는 신제품의 성공가능성과 기업에 대한 신뢰, 브랜드가치를 높이는 중요한 수단이 되고 있다.
뉴커머스 시대는 모든 경제주체로 하여금 그리스 신화의 괴물 키메라(chimera)처럼 이질적 DNA를 지닐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제품은 제조업체가 생산하는 것이고, 유통은 도·소매상이 하는 것이며, 소비자는 제품을 소비할 뿐이라는 전통적인 공급사슬의 관점은 잘못된 것이다. 이제는 다면적이면서 다중적인 네트워크 관점에서 때론 경쟁하고 때론 협력하면서 빠른 변신을 통해 사업기회를 발굴하고 가치창출을 선도하는 것이 기업 생존의 명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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