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만원에서 최대 1억5000만원까지! 직장인ㆍ사업자ㆍ주부 등 아파트 자가 소유자, 배우자 명의도 가능, 배우자 몰래 진행 가능.”
2일 모 시중은행 이름으로 광고 중인 대출 상품 홍보 문구다. 이른바 ‘무담보 아파트론’으로 알려졌다. 주로 저축은행과 캐피탈 등에서 거래되는 상품이다.
소득 증명이 되지 않아도 가족 명의 아파트가 있으면 아파트 보유자 모르게 대출할 수 있다. 사실상 신용대출이지만 아파트라는 재산이 있음을 확인한 뒤 돈을 빌려준다는 점에서 담보대출의 성격을 띠고 있다. 금융기관마다 다르지만 7% 안팎의 금리로 최대 5년까지 이용 가능하다.
문제는 돈을 빌리는 사람과 실제 상환 부담을 지는 사람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무소득자인 주부가 남편 명의의 아파트가 있음을 증명하고 돈을 빌린 뒤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남편이 상환 부담을 지게 되는 식이다.
또 대출 가능 연령이 20세에서 70세로 돼 있다. 무담보 아파트론의 온라인 광고에는 ‘배우자 명의라면 캐피탈에서 가능하고 그 외 가족이라면 저축은행에서 가능하다’고 홍보한다. 자녀가 부모 몰래 부모 명의의 아파트를 증명하고 거액의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해당 금융사는 실제 상황부담을 지는 사람의 상환능력을 확인하지도, 배우자가 돈을 빌린 것을 통보하지도 않는다. 갚아야 할 빚이 자신도 모르게 늘어날 수 있는 구조다.
가족이 진 빚으로 문제에 빠지는 경우는 자주 볼 수 있다. 실제로 방송인 김구라 씨는 아내가 진 17억원 상당의 빚으로 인해 한때 공황장애에 걸렸음을 공개하기도 했다. 김 씨는 법적인 책임은 없었지만 아이 엄마를 감옥에 보낼 수는 없다며 빚을 갚고서 결국 이혼했다.
전문가들은 ‘무담보 아파트론’의 문제를 지적한다. 고한경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대출은 개인 책임이고 다만 생활비, 전세와 같은 일상 가사에 관한 대출인 경우 민법상 부부 연대 책임이 될 수 있다”며 “이 경우 개인 책임인 대출과 연대 책임인 일상가사 관련 대출의 경계를 흐려 문제로 보인다”고 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주부에게 신용대출을 확대하기 위해 남편의 자산 규모를 참고자료로 삼는 것으로 보인다”며 “명의가 비록 남편일 지라도 아파트 취득 과정에서 주부의 몫이 있다는 등의 판단이 내부적으로 이뤄진 것이다”고 했다.
이어 “이혼 시 재산 분할의 권리가 어느 정도는 아내에게 있다는 것인데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이처럼 부부의 재산을 대출의 참고자료로 삼는 것에 대해 금융회사가 배우자에게 통보를 하는 등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대출광고에 이름을 도용당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해당 무담보 아파트론 광고는 은행을 사칭한 캐피탈 대부업체의 소행인 것으로 보인다”며 “제1금융권에서는 이러한 상품을 다루지 않고 있으며 팩스를 통한 영업도 하지 않고 있는 만큼 소비자들께서도 각별히 주의해 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진원 기자/
jin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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