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창훈 기자] 정부가 쌀 시장 전면개방 선언을 뒤로 미뤘다.
정부는 30일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어 쌀 관세화 유예 종료를 선언하고, 내년부터 고율의 관세를 매겨 쌀 수입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이 같은 계획을 보류했다. 격해지고 있는 일부 농민ㆍ시민 단체의 반발과 정치권의 반대기류를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오는 15일쯤 예정돼 있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쌀 관세화 관련 공청회 이후로 발표 시기를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하지만 “쌀 관세화(개방)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며 바꿀 수 없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UR) 농업협상 타결 이후 10년씩 두번에 걸쳐 쌀 관세화를 유예해왔다. 대신 협상국들의 요구인 의무수입물량(MMA)을 받아들였다. 올해 말이면 쌀 관세화 유예 시점이 만료된다. 만약 우리나라가 다시 쌀 관세화를 유예 받으려면 의무 수입물량을 대폭 늘려줘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의무수입물량은 연간 40만9000t(511만 가마니). 최근 필리핀은 세계무역기구(WTO)와 협상에서 쌀 관세화 의무를 일시 면제받는 대신 쌀 의무수입 물량을 2.3배 늘리기로 했다.
우리나라가 쌀 수입량을 2.3배 늘리면 5년 뒤에는 94만t(1175만 가마니)을 수입해야 한다. 이는 우리나라 쌀 소비량(약 5000만 가마니)의 20%에 해당한다. 농식품부는 의무수입물량을 늘리는 건 쌀산업 미래를 위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관건은 관세율이다. 쌀 시장 개방 후 외국산 쌀에 대해 어느 정도 관세를 매길 것이냐, 한번 정한 세율을 어떻게 유지하느냐는 점이다. 쌀 관세화 유예 종료를 선언하면 우리나라는 오는 9월까지 WTO에 관세율을 통보하고 회원국들의 검증을 받아야 한다. 정부는 아직 구체적인 관세율 수준을 말하지 않고 있다.
이준원 농식품부 차관보는 “현 시점에서 쌀 관세율 수치를 밝히기는 어렵다”며 “9월말 WTO에 통보할 때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야당 측은 WTO에 통보하기 전에 국회에 먼저 보고해야 한다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박완주(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관세율을 어느 수준으로 정할 것인지 국회 논의과정에서 자료 공개와 검증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루과이라운드 농업협정문 부속서에 따르면 각국의 쌀 관세율은 국내가격과 국제가격의 차이를 국제가격으로 나눈 식으로 결정한다. 국내 가격이 높고 국제가격이 낮을 수록 높은 관세를 매길 수 있다.
통상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400% 이상의 관세율을 부과하겠다고 WTO에 통보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400%대 관세율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조사한 쌀 가격의 평균값을 국내 가격으로, 중국의 쌀 가격을 국제가격으로 적용하면 나오는 수치다.
지난 1999년 쌀 관세화를 선언한 일본의 관세율도 현재 약 400%다. 이 정도 수준이면 외국산 쌀이 국내에서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는 게 정부와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그러나 일부 농민단체들은 우리나라가 지금은 당장 높은 관세율을 매기더라도 그 수치가 영구불변일 수 없을 뿐 아니라 FTA(장유무역협정)ㆍ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협상에서 유지되기 어려운 게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FTA나 TPP 협상에서 쌀이 양허 대상에 포함될 일은 없다”고 말했다.
chuns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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