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 장애인석은 맨앞·맨뒤 뿐 시·청각 장애인 선택권 더욱 적어
#. “제 등에 업히세요!” 영화관 직원의 한 마디에 극장 안 사람들의 시선은 이은정(34) 씨와 휠체어로 쏠렸다. 높은 계단으로 가로막힌 이 씨를 돕겠다며 등을 내준 직원들의 선의에도 민망함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시사회를 위해 더 좋게 만든 ‘특별상영관’에서 벌어진 일이어서 더욱 당혹스러웠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이후 10년이 지났지만 ‘장애인들의 영화관람 및 문화생활 환경을 보장’하겠다는 입법 취지는 여태껏 지연된 정의로 남아있다. 2014년 장애인실태조사에서 지난 한해 동안 영화를 관람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24.8%에 불과했다. 같은 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65.8%가 영화를 관람했다고 답한 것과 비교하면 1/3 수준이다.
▶장애인석 있어도 맨앞ㆍ맨뒤…아예 없는 상영관도=지난 10일 국내 대형멀티플렉스 영화관 두 곳을 찾았다. 소형 극장보다는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을 잘 갖췄다고 평가받는 곳이지만 두 극장 모두 전체 좌석의 1% 남짓만을 장애인석으로 배치하고 있었다. 심지어 장애인을 위한 휠체어석이 아예 없는 상영관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비교적 장애인석을 잘 갖춘 다른 극장조차도 300석 규모 이상인 상영관에서 최대 4석만을 배치해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 네다섯이 모여 같은 영화를 보기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었다.
▶시ㆍ청각 장애인 영화 선택권 더욱 적어=시각장애인의 경우 외화는 관람이 원척적으로 불가능한 실정이다. 현재 영화진흥위원회 지원을 통해 제작ㆍ상영하고 있는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영화는 연 25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저시력장애를 가진 이명국(29) 씨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화면 해설과 청각장애인을 위해 수화통역을 동시에 하는 배리어 프리가 한달에 두편, 일주일에 세번 정도밖에 상영되지 않는다”면서 “서울에선 구로나 강변에 있는 두개 극장 정도에서만 볼 수 있어 아쉽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장애를 실감하게 하는 건 도움을 요청해야만 하게끔 만드는 시스템이라고 지적한다. 송효정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기획국장은 “장애인들은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 순간에 직면할 때가 잦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순간 느끼는 당혹감 같은 감정까지 완전히 무뎌지는 것은 아니다. 장애인을 따로 분리하고 격리해서 비장애인의 편의를 세우기보다는 조금더 세심하게 배려하는 정책으로 장애인들이 타인의 도움을 요청해야만 하는 순간들을 겪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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