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회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후보자 ‘문제과거’ 대수롭잖은 흠집으로 국정원직원 野질의서 촬영도 국회관행 치부 朴정부 2기 개각 대상 8명 인사청문회…비상식적 절차가 아무 문제 없는 듯 지속

나쁜 관행이 국회 인사청문회의 정도(正道)를 좀먹고 있다. 인사청문회 때마다 단골처럼 등장하는 고위공직 후보자의 과거 위장 전입ㆍ병역 특혜ㆍ다운계약서 작성 전력은 대수롭지 않은 흠집으로 간과되고, 선거를 앞두고 불법정치자금을 전달한 전력은 ‘정치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무마된다. 국회 업무보고에 청와대 관계자가 사전 통보 없이 불출석하거나 국가정보원 직원이 야당 의원의 질의자료를 줌인해 촬영하는 건 이제 ‘국회 관행’으로 치부되고 있다.

박근혜정부 2기 개각 대상 8명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7일부터 시작돼 나흘 간 열리는 가운데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비상식적인 절차가 아무 문제 없는 듯 지속되고 있다. 고위 공직 후보자의 과거 비리 전력이 당시 관행으로 덮어지는 것도 문제지만 ‘공직자의 지각 출석’, ‘후보자의 청문회 자료 미제출’, ‘본인 발언 뒤 청문회장을 떠나버리는 국회의원’ 등 인사청문회 자체를 무용하게 만드는 정치권 관행도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른 모양새다.

우선 청문회장마다 후보자의 ‘자료 미제출’ 건으로 야당 의원이 입씨름을 벌이는 모습이 연일 반복되고 있다. 군 복무 중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박사 과정을 밟은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장관 후보자는 “당시 구 과학기술처의 동의와 병무청장의 허가를 받았다”는 이유로 일부 병역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 이병기 국정원장 내정자는 상당수의 청문회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어처구니가 없고, 실망스럽고, 분노를 일으킬 정도로 불성실하다”(새정치민주연합 신경민 의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아울러 사전에 국회의 양해를 구하지 않은 상태에서 청와대 주요 당직자의 ‘지각 출석’, ‘불출석’ 행태도 일종의 국회 관행으로 자리매김한 모습이다. 청와대의 요청으로 지난 7일 오후부터 열렸던 국회 운영위원회 업무보고는 김영한 민정수석 불출석, 안종범 경제수석ㆍ윤창번 미래전략수석 지각 출석으로 두 차례나 파행을 겪었다.

이에 새정치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는 노무현정부 시절 문재인ㆍ전해철 민정수석이 출석했던 전례를 들어 청와대를 압박했는데 청와대 김기춘 비서실장은 “참여정부 시절 참석했던 것은 해명할 사안이 있었기 때문이며 통상 청와대 민정수석은 (국회 업무보고에) 참석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상임위원장이 불가피한 사정으로 청문회 중 자리를 비울 경우 같은 당 간사가 위원장 대행을 맡을 수 있지만 이 또한 국회의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지나치게 남용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7일 최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진행되는 가운데 개인 일정으로 홍문종 미방위원장은 3시간 가까이 자리를 비우다 오후 4시께 청문회장에 나타났다. 그 사이 조해진ㆍ우상호 의원이 번갈아가며 위원장 대행을 맡았다.

반면 김광림 국회 정보위원장은 이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 내내 회의장을 떠나지 않았다. 당 관계자는 “위원장이 자리를 비우는 게 법에 어긋나는 건 아니지만, 그 만큼 위원장이 회의장에 머무는 시간이 줄어든다면 해당 사안에 대한 관심이 덜하다는 걸 방증하는 게 아니겠느냐”라고 꼬집었다.

한편 전날 국정원장 내정자에 대한 청문회 국정원 직원이 ‘기자출입증’을 발급 받고 야당 의원 자료를 촬영해 논란이 불거지는 듯 했지만 “통상적으로 해오던 관행”이라는 국정원 측 해명으로 일단락 된 모양새다.

이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