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훈 정치부 정책팀장
국제기구에 근무 중인 기획재정부의 한 경제관료가 쓴 책 ‘명작의 경제’는 경제 보고서를 소설 수준으로 끌어올린 수작이다.
고전 소설에서 현실 경제의 이슈를 뽑아내고 나름의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면 저자의 인문학적 소양과 날카로운 경제분석 능력을 읽을 수 있다. 저자는 로맨스 소설의 고전 ‘제인 에어’에서 경제의 회복탄력성을 고민하고 해답을 찾아내려 했다.
회복탄력성은 ‘원래의 자리로 되돌아오는 힘’이다. 심리학에서는 주로 시련이나 고난을 이겨내는 긍정적인 힘을 의미한다.
같은 강도의 시련이라도 어떤 사람은 금방 털고 일어나는 반면 어떤 사람은 오랜 시간 고통 받으며 힘들어 한다. 평소 운동으로 다져진 몸일 수록 외부 자극에 대한 저항력과 면역력이 높다. 사람의 심리도 마찬가지다. 회복탄력성은 ‘마음의 근육’에서 나오는 역경 극복의 힘이다.
고난을 극복하는 사람들은 자기조절 능력, 대인관계 능력, 상황대처 능력이 뛰어나다고 한다. 이것이 회복탄력성의 3대 요체다. ‘명작의 경제’에서는 소설 속 주인공 ‘제인 에어’의 삶 속에서 이 세가지를 발견한다.
회복탄력성 개념은 경제학에서도 많이 사용된다. 경기침체나 위기를 극복하는 힘이 곧 ‘경제의 회복탄력성’이다.
경제에서 크고 작은 위기는 항상 존재한다. 지금 같이 글로벌화한 국제경제 질서 속에서는 더욱 그렇다.
최근 한국경제는 저성장의 고착화 우려에 직면해 있다. 여기에 전대미문의 ‘세월호 참사’에 이은 소비둔화로 경기회복의 불씨가 꺼지는 게 아니냐는 걱정이 커지면서 회복탄력성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경제 위기는 ‘균형(Balance)’이 깨진 곳에서 스멀스멀 기어 나온다. 경상수지 적자를 많이 내는 나라는 금융위기나 재정위기를 맞게 돼 있다. 1998년 우리나라의 ‘IMF 외환위기’는 경상수지의 극심한 불균형에서 시작됐다. 유럽의 재정위기는 스페인, 포르투갈 등 경상수지 적자국에서 퍼져 나갔다.
수출과 수입의 불균형은 환율을 뒤흔들어 놓는다. 최근 환율 하락(원화강세)으로 수출기업들의 채산성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고 아우성이다. 경상수지의 과도한 흑자가 불러온 결과다. 민간의 소비둔화가 수입규모를 줄여 환율을 하락시키고 수출 기업에 악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이 이어진 것이다.
기업과 가계 간 소득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건 그 동안 ‘소득의 불균형’을 시정하려는 노력이 부족한 데서 비롯됐다. 우리 경제가 성장의 과실을 체감하지 못하는 ‘불임 경제’란 소리를 듣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계층간 소득 불균형도 경제의 회복 탄력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불평등의 미래를 경고한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의 ‘21세기 자본론’이 우리나라에서도 돌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이유를 면밀히 들여다봐야 한다.
조만간 ‘최경환 경제팀’이 공식 출범한다. ‘성장’이 모든 것일 수 없다. 박근혜정부 2기 경제팀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불균형을 해소할 자기조절 능력과 상황대처 능력을 키우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경제의 회복 탄력성이 여기서 나오기 때문이다.
개인의 균형 잡힌 경제관은 삶의 불균형을 극복하기 위한 아주 기본적인 성찰이다. 나라 경제도 다르지 않다.
chuns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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