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정찬수 기자]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유류품 중 카메라에 있던 메모리 카드가 사라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생전 그가 사용하던 카메라 기종에 대한 궁금증이 다시 화자되고 있다. ‘아해’라는 이름의 사진작가로 활동하던 당시 사용하던 카메라 사양과 렌즈의 종류, 또 고가라고 알려진 장비의 가격대는 어느 정도였을까.
▶카메라 바디는 ‘최상급’= 유병언의 촬영 장면이 담긴 사이트 동영상을 보면 확실하진 않지만 카메라 모델을 대략 유추해 볼 수 있다. 캐논의 프레스용 APS-H급 라인 DSLR ‘EOS-1D Mark III’와 통합 풀프레임 라인 ‘EOS-1DX’가 유력하다. 캐논 EOS-1D Mark III는 2007년에 출시된 모델로 1010만 화소(3888x2592)의 프레스용 플래그십 모델이다. 연속촬영 매수는 초당 10연사로 시야율 100% 뷰파인더를 탑재했다. 일반적으로 언론사 사진기자들이 애용하는 모델로, 스튜디오 작가들 사이에서도 많이 쓰인다. 마니아들 사이에선 초당 10연사를 최초로 구현한 기념비적인 제품으로 유명하다. 고급기종인 만큼 버튼과 바디의 완성도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최고가 32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캐논 EOS-1DX는 2012년 런던 올림픽을 겨냥해 탄생한 모델로, 역시 프레스용에 최적화된 것이 특징이다. 1810만 화소(5184x3456)를 채택했으며 초당 12연사가 가능하다. 특히 감도(ISO)를 획기적으로 개선한 기종으로 최저 50부터 최대 204800를 지원해, 광량이 부족한 어두운 환경에서도 최적의 결과물을 찍을 수 있다. 고화소 고감도 사진을 촬영하고 저장하는 딜레이를 없애기 위해선 이미지 프로세서의 능력이 특히 중요하다. 1DX는 개선된 이미지 프로세서인 Digic 5+가 탑재돼 처리속도가 이전모델보다 17배 정도 빨라졌다. 가격은 최고 890만원에 형성돼 있다.
▶렌즈만 200만원 이상=유 전 회장의 촬영동영상을 보면 렌즈는 대부분 망원을 선택한 것을 알 수 있다. 일명 ‘빽통’으로 불리는 고가의 장비로 가격만 따져도 200~900만원을 호가한다. 자세한 모델을 알 수는 없지만 캐논, 시그마 제품군으로 추려볼 수 있다.
첫번째 모델은 풍경사진 애호가들에게 각광을 받고 있는 ‘캐논 EF 100-400㎜ f/4.5-5.6 L IS USM’이다. 최대개방 400㎜에서는 선예도가 떨어지지만 색수차가 최적으로 억제된 것이 특징이다. 주로 동물이나 철새를 비롯해 야구, 축구 등 스포츠 경기 같은 먼 거리의 피사체를 포착하는데 많이 사용된다. 거리에 따라 조리개값이 변하기 때문에 초보들이 사용하기엔 어려움이 따른다. 어두운 환경에선 셔터스피드를 확보하지 못해 뚜렷한 결과물을 얻기 힘들다. 가격은 최고 310만원이다.
두번째 모델은 ‘시그마 APO 500㎜ F4.5 EX DG’다. 이 렌즈는 유 전 회장이 지난해 청해진해운 관계사 건강포럼 강연에서 들고 나온 모델로 추정되며 최고 910만원을 호가한다. 최대지름 123㎜에 길이는 350㎜로 빠른 오포토커스와 정숙성이 특징이다. 포커스를 맞춘뒤 링을 돌려 핀을 세밀하게 조정할 수 있어 자동과 수동의 장점을 모두 포함한다. 하지만 가격이 워낙 고가라는 점과 거대한 크기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에게만 선택받는 기종으로 알려져 있다.
▶장비와 전문성 사이 의문점들=일반적으로 대구경 망원 렌즈를 마운트 시킨 DSLR 촬영엔 제약이 많다. 가변조리개로 인한 광량 확보와 안정된 촬영 자세가 그것이다. 특히 300m 이상의 초망원 렌즈의 경우엔 화각이 좁고 셔터스피드 확보가 어려워 촬영결과물이 흔들리기 쉽다. 전문가들 조차도 삼각대를 비롯한 각종 장비로 장비의 안정된 자세를 최우선으로 삼는다.
이런 이유로 마니아들은 유 전 회장의 전문성에는 의문이 남는다고 말한다. 카메라 바디와 렌즈를 합쳐 5㎏에 육박하는 무게를 지지대 없이 손으로 들고 촬영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한 사진 애호가는 “무겁고 미세한 초망원 렌즈는 다루기 어려운 장비로 밝은 조도의 낮에도 삼각대 위에 놓고 촬영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손으로 든채로 뷰파인더를 보며 촬영 자세를 취한다는 것은 지나친 과시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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