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 없는 정치’, ‘노동 없는 부’, ‘양심 없는 쾌락’, ‘인격 없는 교육’, ‘도덕심 없는 상거래’, ‘인간성 없는 과학’, ‘희생 없는 종교’.

인도 건국의 아버지인 마하트마 간디는 1930년대 영국 식민치하 인도의 암울한 현실을 바탕으로 망국론(亡國論)을 펼치며, 위에 열거한 7가지 요소가 나라를 난국에 빠뜨린다고 분석했다. 바꿔 말하면 7가지 요소가 곧 ‘망조’인 셈이다.

한 순간에 나라가 망할 수도 있지만, 대개 그 전에 몇 가지 징조를 보이기 마련. 법가(法家) 사상을 집대성한 중국 전국시대 말기의 사상가인 한비(韓非)도 자신의 저서 ‘한비자’의 ‘망징(亡徵)’ 편에서 “나무가 부러지는 것은 반드시 벌레가 파먹었기 때문이고, 담장이 무너지는 것은 반드시 틈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라가 망할 징조를 총 마흔 일곱 가지로 나눠 설명했다.

한비가 말하는 47가지 망징은 크게 ‘분열’, ‘부패’, ‘무원칙’, ‘안보의식 해이’, ‘가치 혼돈’로 정리할 수 있다.

예컨대 ‘다른 나라와의 동맹만 믿고 이웃 적을 가볍게 생각해 행동하면 그 나라는 망할 것’이라는 대목은 안보의식 해이라고 볼 수 있다. ‘세력가의 천거를 받은 사람은 등용되고, 나라에 공을 세운 지사는 국가에 대한 공헌은 무시돼 아는 사람만 등용되면 그 나라는 반드시 망할 것’이란 대목은 부패와 무원칙으로 풀이된다. 또 ‘나라의 창고는 텅 비어 빚더미에 있는데 권세자의 창고는 가득차고 백성들은 가난한데 상공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서로 짜고 이득을 얻어 반역도가 득세해 권력을 잡으면 그 나라는 반드시 망할 것’이란 분석은 부패 등을 꼬집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한비는 “나라가 망할 징조가 있다는 것은 반드시 망한다는 것은 아니며 단지 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나라가 흥할 것인가 망할 것인가 하는 관건은 반드시 그 나라가 잘 다스리는 것과 혼란스러운 것, 부강함과 쇠약함이 어느 한쪽으로 기울었는가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 같은 망국 징조들과 관련 “한비나 간디의 주장은 여전히 유효하며, 현대의 변화된 상황을 고려해 적절하게 해석하면 얼마든지 적용 가능한 측면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설 교수는 “중국만 하더라도 1978년 개혁개방 당시만 하더라도 가난하고 쇠약해 보였지만 어느 순간 강대국으로 우뚝 서지 않았냐”며 “나라가 흥하고 망하는 건 한 순간”이라고 덧붙였다.

박혜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