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산업’ 전문가 긴급진단

성장엔진 식으면 장기침체 우려 신성장산업 강도 높게 추진해야

경제의 성장동력인 기업 설비투자가 반도체 중심으로 기록적인 감소를 보이면서 경제 전반이 활력을 잃고 본격적인 하강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무엇보다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동행ㆍ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모두 지난 달보다 하락해 경제 전반이 활력을 잃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투자를 유도할 규제개혁과 신성장산업 육성책을 보다 실효성 있게 만들어 강도 높게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경제구조를 획기적으로 개혁하지 않으면 우리경제가 장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8월 설비투자 지수는 전달보다 1.4% 하락했다. 주요 반도체 업체의 장비 증설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면서 특수산업용 기계 등 기계류(-3.8%)에서 급락한 게 지수를 끌어내린 주 원인이다.

설비투자는 올해 3월부터 6개월 연속 감소하면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20년 만에 최장 감소행진을 했다.

앞으로의 경기를 보여주는 지표인 선행지수 순환변동치와 현재의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의 동반하락세도 이어졌다.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올해 1∼3월 보합세를 기록한 이후 5개월 연속 떨어졌다.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올해 2∼4월 하락한 이후 5월 보합세를 기록했다가 다시 6월부터 8월까지 3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경기에 대한 비관적 인식이 설비투자 감소의 직접적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 기업경기 실사지수(BSI)에 따르면 전체 산업 업황 BSI는 올해 5월 81을 기록했다가 6월 80, 7월 75로 2개월 연속 하락했다. 전체 산업 업황 BSI는 작년 2월 74를 기록한 후 최근 1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 된 것이다. BSI가 100보다 낮으면 경기를 비관하는 기업이 낙관하는 기업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클레이스와 씨티은행 등 일부 투자은행(IB)은 무역 분쟁 전개 양상의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기업이 설비 확충 계획을 연기하거나 축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올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을 2.9%에서 2.8%로 하향 조정했다.

또 수출 증가 둔화가 투자 부진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 내년 잠재성장률도 하향조정되고 있다. 지난달 수출이 작년 동기 대비 8.2% 감소하면서 3개월만에 반전됐다. 세계 경기가 한풀 꺾이면서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성장세가 떨어지고, 그 여파로 설비투자 감소세가 확대될 것이란 관측이다.

LG경제연구원은 설비투자가 올해 -1.2%에서 내년 -2.0%로, 감소폭이 더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정부와 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추가로 하향 조정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은은 이달, KDI는 다음달 올해와 내년 성장률 수정 전망치를 새로 내놓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한국 경제가 향후 급격한 불황 국면을 맞이할 가능성이 있다”며 “투자 활성화를 위해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혁신성장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문숙 기자/osky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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