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사에 휘말린다는 것은 살면서 누구나 겪는 흔한 일이 아니다. 소송을 제기하거나 당하거나 모두 받는 스트레스가 엄청나다. 법률은 어렵기만 하다. 소송서류를 쓰는 것은 법률보다도 더 어렵다. 재판을 받으러 가면 판사가 호통을 친다. 어쩔 수 없이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가는데 변호사를 만나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대부분 상담과 서면작성은 사무장이 하고, 변호사는 법정만 다녀온다.

이런 모습이 당연하게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다. 이처럼 변호사의 숫자가 부족하여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게 되니 국가가 나서야 했다 1987년에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법을 잘 몰라서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국민들을 위하여 법률구조를 해주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을 설립하였다.

이렇게 설립된 법률구조공단이 최근 내부 문제로 홍역을 앓고 있다. 문제는 법무부 산하 기관인 법률구조공단의 운영에 위법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 법률구조공단을 방문하는 국민은 변호사가 아닌 일반 직원과 법률상담을 하고 있다. 변호사법에는 법률상담, 법률관계 문서작성, 그 밖의 법률사무는 변호사 자격을 가진 사람의 고유 업무로 규정하고 있고, 만일 이를 위반하는 경우 형사처벌을 한다.

법률상담을 변호사 자격이 없는 법률구조공단의 일반직원이 한다는 것은, 경험만 있으면 의사자격증이 없어도 누구나 의사대신 얼마든지 수술을 할 수 있다는 것과 같다. 국가가 자격사 제도를 만든 것은 국민의 권리 보호를 위하여 일정한 지식과 능력을 가진 전문가만이 그 업무를 처리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일반 직원의 상담은 변호사 사무실의 문턱이 높아 사무장이 상담하던 위법의 시절로 회귀하는 것이다.

문제의 원인은 법률구조공단이 지나치게 법률구조대상을 확대하면서 발생한 것이다. 현재 법률구조공단은 민사, 형사, 가사 사건과 행정소송 및 헌법소원 사건을 전부 처리하고 있다. 구조대상자의 범위도 지나치게 넓다. 그러다보니 정말 구조 받아야 할 국민이 아니라, 자기 돈으로 변호사를 선임할 능력이 있는 사람까지도 구조해 주고 있다. 이제는 변호사 숫자가 많아져서 변호사의 문턱이 높지 않다. 얼마든지 민간영역에서 합리적인 비용으로 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

법률구조대상 사건과 대상자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보니 변호사들이 처리해야할 1인당 소송사건의 수가 너무 많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법률상담을 해주다 보니 변호사가 법률상담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다보니 변호사자격이 없는 일반 직원에 의한 법률상담이 이루어지고 있다. 원칙을 찾겠다고 소송을 준비하는 단계부터 위법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혼란스러울 때는 원칙으로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법률구조공단의 문제는 단순히 변호사를 계약직으로 채용한다고 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목표로 하는 현 정부의 정책기조하고도 맞지 않는다. 원칙에 따라 법률구조공단이 할 수 있는 사건만 처리하면 변호사들의 업무 부담이 줄어들 것이다. 그러면 국민의 권익을 제대로 보호할 수 있는 변호사에 의한 법률상담이 진행될 수 있다. 국민을 우선하고 적법을 준수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찬희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