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양규 기자]금융당국이 농협생명의 변액보험 판매 허용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이례적으로 밝히자,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추진에 보험업계가 끌탕을 앓고 있다. 그 동안 생명보험업계는 농협생명의 변액보험 취급 불허 입장을 강하게 주장해 온 반면 농협생명은 근거 없는 규제라며 강하게 반발하는 등 양측간 갈등이 격화돼 왔다. 뿐만 아니라 카드슈랑스 25%룰 유예 기간 적용 여부를 둘러싼 정책 추진도 혼선을 빚으면서 금융권내 적잖은 혼란이 예고되고 있다.

25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날 농협생명의 변액보험 정책 방향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했다.우리아비바생명과 합병 예정인 농협생명에 대해 변액보험 상품의 취급은 허용하되 판매채널은 농협은행, 단위조합 등을 통해서는 판매할 수 없도록 규제한다는 방침이다. 결론적으로 법적 하자가 없다며 반발한 농협생명도, 판매 채널을 규제해 생보업계의 반발도 무마시키겠다는 의도가 담겨있다. 보험업계내에서는 전혀 예상치 못한 금융위의 행보가 매우 이례적인 사안으로, 그 배경에 촉각을 곧두세우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상품 판매 허용과 관련 이는 전적으로 금융위의 고유권한”이라며 “농협생명의 변액보험 취급 여부에 대한 정책방향을 사전에 공식 발표한 건 매우 이례적인 행보”라고 말했다.

▶변액 판매는 허용하되 판매채널은 제한...과실 무마 급급(?)=업계에서는 농협생명의 변액보험 취급 여부를 두고 온갖 루머가 돌기 시작하면서 금융위가 명확한 입장을 시장에 전달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농협생명의변액보험 논란은 금융위가 야기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정책 추진과정에서는 자신들의 과오(?)를 대충 무마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금융위는 지난 2012년 3월 농협생명이 별도 법인으로 분리, 설립되면서 기존에 적용받지 않던 방카25% 규제 유예를 두고 생보업계와 극심한 마찰을 빚었다. 당시 생보업계는 농협생명이 별도 법인이 된 만큼 형평성 차원에서 일반 민영보험사들과 마찬가지로방카25%룰을 적용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위는 논란이 확산되자 방카 25%룰 유예 적용기간 5년동안 변액보험과 퇴직연금 등은 허용하지 않겠다며 생보업계를 구두상으로 약조했다. 그러나 지난해 농협생명이 변액보험을 취급하겠다고 나서면서 논란이 재연됐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당시 금융위에서 농협생명의 방카25%룰 유예기간을 5년간 인정해주는 조건으로 변액보험과 퇴직연금 등을 유예기간을 풀리는 2016년까지 허용하지 않겠다고 약조한 바 있다”며 “우리아바비생명과의 인수합병이란 변수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당초 입장을 번복한 것은 정부의 약속 이행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농협생명 역시 불만 기류가 적지않다. 농협생명 관계자는 “변액보험을 취급하지 않겠다고 들은바도, 협정을 맺은 것도 없다”며 “이는 생보업계의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결론적으로 금융위가 농협생명의 변액보험 불허와 방카25% 적용기간 유예 정책을 동시에 추진하면서 농협생명과 생보업계간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은 채 금융당국이 자의적으로 해석해 처리하면서 논란이 재연된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의 정책을 믿고 따라가는데 상황 변화에 따라 입장을 달리한다면 보험사들은 장기전략 계획 등 혼선을 빚을 수 밖에 없다”며 “이는 산업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정부에 대한 신뢰도 떨어뜨리게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또 “당시 농협생명과 생보업계간 양쪽 입장을 청취한 후 사전에 충분히 조율했더라면 지금의 논란은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카드슈랑스 25%룰도 혼선 예고=카드슈랑스 25%룰을 3년간 유예하는 사안도 혼선을 빚고 있다. 금융위는 카드슈랑스 25% 룰 적용 유예기간을 오는 2016년까지 연장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이미 입법 예고한 상태다. 그러나 이 역시 보험업계의 적잖은 반발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위가 방카슈랑스 25%룰 규제를 완화하지 않는 조건으로 카드슈랑스 25%룰 적용 기간을 유예하는데 공의해 달라고 요구했다“며 “이 처럼 민감한 사안을 충분한 합의 없이 입법 예고하는 등 일방적으로 처리하는 데 대한 불만이 적지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생보업계는 각 생명보험사마다 입장 차이가 뚜렷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고 있지는 않지만, 손보업계는 25% 제한에서 한단계 양보해 50% 규제 적용룰을 대안으로 금융위에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미 금융위가 25%룰 규제를 유예하는 골자로 입법 예고한 상태여서 손보업계와 금융위간 충돌이 예고되고 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개인정보 유출을 야기했음에도 카드사들에게 규제를 완화해 주겠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여전히 카드사들은 보험사들을 상대로 회식비 대납 등 우월적 지위를 악용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같은 폐해가 있음에도 규제를 완화해주겠다는 건 보험소비자들을 기만하는 행위”라며 “그럼에도 보험사들은 제대로 항의 한번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