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구 감정평가사협회장 인터뷰
국민 재산권과 직결되는 문제에 비전문가인 감정원 조사요원 투입 어림셈 같은 산정에 불복신청 빗발 토지든 주택이든 감평사가 맡아야 가치평가 중립성 보장이 조세저항 막아
[헤럴드경제=문호진 선임기자]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수술은 고도의 전문성을 지닌 의사의 몫이다. 그런데 병원에서 같이 근무한다는 이유로 원무과 직원이 메스를 잡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얼마 전 발표된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을 놓고 현장에서는 “부정확하고 공정하지 않아 수긍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실제로 2018년 공시가격이 15억6000만원이던 연남동 A주택은 사전 통보에서 40억6000만원으로 3배 가까이 오른다는 통지서를 받았으나, 이의신청을 한 결과 30억3000만원으로 10억 가량 하향 조정됐다. 한 달도 안되는 사이 서울 아파트 한 채 값이 고무줄인양 늘었다 줄었다 요동쳤다. 이런 사례는 이외에도 숱하다. 국민의 재산권과 직결된 공시가격에 이처럼 ‘어림셈’이나 ‘주먹구구식’ 결정이 많은 까닭이 궁금해 지난 22일 한국감정평가사협회 김순구 회장(60)를 찾았다. 그는 의사와 원무과 직원 비유로 말문을 열었다.
김 회장은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 각종 세금과 60여 가지의 행정 목적에 활용되는 주택 공시가격 결정에 비전문가이자 무자격자가 투입되는 게 문제의 본질”이라고 꼬집었다.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전문가그룹인 감정평가사가 전담하는 게 당연한데도 한국감정원 조사직원에게 맡겨지다보니 공시가격에 수십억원의 오차가 발생하는 부정확성과 불공정이 빈발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주택 공시가격의 조사·산정에는 감정원 소속 조사자 45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250여명은 감정평가사가 아닌 일반 직원이다.
김 회장은 감정·평가(appraisal)와 조사·산정(calculation)은 ‘하늘과 땅 만큼’이나 전문성의 간극이 크다고 설명했다. 지금 감정원이 하는 조사·산정 방식은 거래사례 비교를 중심으로 한다. 단독주택은 거래가 활발하지 않다보니 인근의실거래 시세를 주로 준용하게 된다. 정확성이 떨어질 개연성이 높다. 반면 감정·평가는 ▷주변 거래 사례를 비교하는 거래사례비교법 ▷임대료 수익 등을 평가하는 수익환원법 ▷표준건축비나 부대비용으로 자산가격을 정하는 원가법 등 ‘3방식’과 최유효이용분석 등을 활용해 상대적으로 정확성이 높다. 산정은 국내에만 존재하는 개념이고 미국이나 영국, 캐나다 등 주요 국가들은 주택이든, 비주택이든 모두 감정·평가로 공시가격을 만든다.
김 회장은 “토지는 감정평가사들이 완전경쟁시장을 상정해 마켓밸류를 찾는 감정평가 3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하는 반면 주택 공시가격은 감정원 조사원들이 불완전시장에서 거래된 시세를 기준으로 단순 산정하다보니 이의신청이 많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는 4월 공시가격이 발표되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2006년부터 지금까지 조사·산정 방식으로 공시가격이 결정돼 왔다. 시중 거래가 활발해 KB국민은행 부동산시세를 활용해도 될 정도로 가격 산정이 수월해 이의신청이 상대적으로 적다. 단독주택 공시가격은 민간 감정평가사들에 의해 감정평가되다가 2017년부터 감정원에 의해 조사·산정되는 것으로 변경됐다. 감정원은 2016년 9월부터 감정·평가 업무를 떼면서 부동산시장 조사·관리 및 공시· 통계 전문기관으로 거듭났다.
김 회장은 “우리나라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토지든, 주택이든 전문가인 감정평가사들이 전담토록 해야 한다”며 “감정원은 부동산 시장 조사와 정보, 통계 기관으로 업의 본질이 달라진 만큼 이제 사명에서 ‘감정’을 빼고 본연의 기능과 정합성을 가진 이름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단독주택 공시가격과 토지 공시지가 결정과정에서 불거진 소위 ‘가이드 라인’과 고가 주택ㆍ토지 차등 적용 논란등과 관련해 “현실화율을 높이려는 대의에는 동의한다”며 “다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높은 시점인 만큼 이행 속도와 관련해 국민적 소통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어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 등이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 개정안’ 3건을 국회에 발의한 것으로 안다”며 “공시가격의 시세반영률 목표에 대한 국민적 컨센서스를 형성하게 되면 이런 논란이 많이 수그러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부동산 공시제도는 잘못 건드리면 조세 저항으로 폭발한다는 게 역사적 교훈”이라며 “감정평가사들의 중립성 보장과 전문성 제고로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데 민관이 합심해야 국민적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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