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마지막 날 ‘세계 희귀질환의 날’ -척수성 근위축증, 10만명당 1~2명 걸려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7살 지원이(가명)는 하루의 대부분을 누워 지낸다. 지원이는 생후 6개월 경 발달장애가 의심되어 병원을 찾았고 온 몸의 근육이 점차 위축되는 희귀질환 ‘척수성 근위축증’으로 진단 받았다. 어린 지원이의 척추는 이미 S자로 휘었다. 호흡하거나 숨을 쉬는 근육도 점점 약해져 음식을 삼키고 혼자서 숨을 쉬는 것조차 점점 버겁다. 가래가 끓어 기도가 막히는 날이 많아 엄마는 24시간 지원이 곁을 지키며 하루에도 수십 번씩 코에 관을 넣어 가래를 제거해주곤 한다. 지원이의 몸은 매일 점점 굳고 있어 혼자서 걷는 것은 물론 엄마의 도움 없이는 몸을 일으킬 수도 없다. 음식을 씹어 삼키는 것도 어려워 누운 채로 먹을 수 있는 죽이나 미음으로 식사를 대신한다. 지원이가 언제까지 버텨줄 수 있을지 엄마는 매일 걱정으로 마음이 무겁다.
환자 수도 적고 원인도 잘 밝혀지지 않은 희귀질환으로 인해 많은 환자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아 보지도 못하고 생을 마감하는 등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2월 마지막 날은 유럽희귀질환기구가 지정한 ‘세계 희귀질환의 날(Rare Disease Day)’이다.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 희귀 난치성 질환 환자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관심을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 2월 29일이 4년에 한 번씩 찾아온다는 희귀성에 착안해 제정됐다.
희귀질환은 환자 수가 2만명 이하로 전 세계적으로 약 6000종의 희귀질환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 환자는 약 3억명 정도로 파악된다. 국내에서도 100만명 이상의 환자들이 1200여종의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희귀질환은 진단법 자체가 없거나 오진하는 경우가 많아 정확한 병명을 확인하기 어렵다. 치료제가 개발된 경우는 전체 질환의 약 10%에 불과하다. 또한 치료제가 있더라도 대부분 고가인 경우가 많아 보험급여가 적용되지 않으면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가 대부분이다.
대표적인 신경근육계 희귀질환인 ‘척수성 근위축증(SMA)’은 척수와 뇌간의 운동신경세포 손상으로 근육이 점차 위축되는 질환이다. 인구 10만 명 당 1~2명 정도의 유병률을 보이고 있으며 국내에는 약 150여명의 환자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척수성 근위축증은 우리 몸 5번 염색체(5q) 돌연변이로 생존운동신경원(SMN) 단백질이 감소해 발생한다. 선천적으로 SMN 단백질의 양이 적거나 질환의 발병 연령이 어릴수록 증상이 더욱 심해진다. 인지 능력은 정상이지만 온 몸의 근육이 동시에 약해져 척추가 휘고 안면 근육에 영향을 주거나 혀 근육의 부분수축 등이 나타난다. 때문에 자유로운 신체활동은 물론 호흡, 영양섭취 등에도 제한이 있어 정상적인 생활이 어렵다.
채종희 서울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척수성 근위축증은 영유아 유전자 관련 신경근육계 질환 중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며 “시간이 흐를수록 매우 빠르게 악화되는 진행성 질환이기 때문에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척수성 근위축증은 근육과 관절의 형태 변형과 기능 장애를 줄이기 위한 물리치료, 재활치료와 같은 대증요법 외에는 치료 옵션이 없었다. 그러나 지난 2016년 미국에서 최초로 척수성 근위축증 치료제가 개발되며 환자들에게도 치료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국내에서도 2017년 12월에 식약처 허가를 받은 후 작년 4월부터 보험급여를 적용 받기 위한 절차를 시작했다.
채 교수는 “최근에 개발된 유일한 척수성 근위축증 치료제는 제약사의 무상지원 프로그램으로 치료를 시작한 환자들의 운동기능이 개선되었고 특히 진단 후 약물 투여시기가 빠른 환자일수록 더 효과적이었다”며 “치료제의 개발로 조기진단, 조기치료의 중요성이 커진 만큼 하루 빨리 척수성 근위축증으로 고통받는 많은 환자들이 해당 치료제로 병의 진행을 늦추고 지금보다 조금 더 자유로운 생활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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