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창훈 기자] ‘증세 불가피론’이 불붙을 분위기다. 죽어가는 소비를 살리고, 갈수록 늘어나는 복지지출을 충당하려면 타깃이 분명한 증세 이외 대안이 없다는 논리가 정치권에서 확산되고 있다. 소득 불평등을 둘러싼 세기의 논쟁을 일으킨 토마스 피케티 교수의 ‘21세기 자본론 열풍’도 증세 논쟁과 맞닿아 있다. ▶관련기사 3면
‘증세는 없다’고 선언한 박근혜정부는 커져가는 재정수요에 대응할 적정 수단을 찾지 못하고 있다. 최경환 부총리가 이끄는 새 경제팀 출범 후 ‘확장적 재정’을 통한 유효수요 확대로 내수경기를 살리겠다고 선언했지만 재정 여력에 대한 고민과 대안은 부족한 상태다. 조세감면을 줄여나가고, 국고 보조금 관리를 강화하는 정도의 미시 대책만으로는 재정문제를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차기 대권주자로 급부상하고 있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최근 한 국회 세미나에서 “현재의 낮은 조세부담률을 검토할 때가 됐다. 이명박 정부 감세정책이 옳았은지 회의가 든다”며 증세 불가피성을 역설했다.
김 대표가 얘기한 증세는 가계보다는 기업에 타깃이 맞춰져 있다. 조세부담률을 높이자는 것도 개인보다는 기업의 세부담을 올리자는 뜻으로 해석된다. 기업보다 가계의 소득확대를 통한 경제성장을 꺼내든 최경환 경제팀의 거시정책 방향과도 일맥상통하는 흐름이다.
조세부담률이란 국내총생산(GDP)에서 조세(국세+지방세)가 차지하는 비중을 말한다. 정부가 국민에게 어느 정도의 조세를 징수하는지 측정하는 지표다.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은 20.2%(2012년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4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그런데 조세부담률은 국민이 거의 강제적으로 납부해야 하는 연금이나 사회보험의 부담까지는 나타내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때문에 OECD에서는 강제적인 납부액으로 정의되는 사회보장기여금을 일종의 조세로 분류한 ‘국민부담률’을 산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국민부담률은 26.8%로 조세부담률보다 6.6%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조세부담률과 국민부담률 간 차이가 크면 가계가 강제로 내는 사회보장성 기여금이 많다는 걸 의미한다. 조세부담률이 낮아도 국민부담률이 높으면 가계는 세금을 많이 내고 있다고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물론 가계와 기업 간 세 부담 차이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OECD 국가 대부분이 조세부담률에 비해 높은 국민부담률을 보이고 있다. 다시 말해 기업에 비해 가계가 더 많은 세 부담을 지고 있다는 뜻이다. 단적으로 우리나라의 소득세 최고세율은 38%인데 반해 법인세 최고세율은 이명박 정부의 감세 정책으로 22%까지 내려와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가계소비 위축으로 저성장이 고착화하면서 특정 계층을 타깃으로 한 증세를 고민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지금보다 가계에 더 많은 부담을 지우는 증세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선진국에 비해 낮은 조세부담률을 높인다고 소득세를 건드렸다간 엄청난 조세저항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최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정치권의 증세 불가피론에 대해 “아직 증세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기업소득의 가계소득 환류를 위한 ‘가계소득 증대 3대 패키지 세제‘를 발표하면서 “기업들이 이명박 정부 때 법인세 인하 혜택을 받은 부문 만큼 투자나 배당, 임금 인상에 나서야 한다”며 기업들을 압박했다.
정부가 야심 차게 내놓은 가계소득 증대세제가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법인세의 원상 복귀’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도 있다는 게 정부 안팎의 예측이다.
chuns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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