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최근 유럽연합(EU)이 브렉시트(Brexit) 추가 연기를 결정한 가운데, 지난 2016년 첫 브렉시트 결정 이후에도 상승세를 이어온 영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금융투자업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노동ㆍ자본ㆍ상품ㆍ서비스 등 4대 이동의 자유와 ‘금융 패스포트’가 유지되는 ‘소프트 브렉시트’로 진행될 경우 불확실성 해소로 가격은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노딜 브렉시트 등 ‘하드 브렉시트’ 결정될 경우 부동산 시장의 약세가 예상된다. 지난해 런던 오피스 빌딩 매수자금 중 16%가량을 한국 투자자가 차지하고 있는 만큼, 국내 금융투자업계의 관심도도 높아지는 모습이다.
28일 KB증권에 따르면 영국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2009년 말 이후 지난해 말까지 9년간 약 81% 급등했다. 런던 주택가격이 지난 2010년 말부터 지난 2017년 2분기까지 약 69% 상승한 이후 최근 완만한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물론 올 들어서는 2월까지 두 달 동안 0.4% 하락했지만, 가격 하락은 유통업과 관련된 리테일 부동산에서만 나타났을 뿐, 오피스와 상업용 부동산은 각각 0.1%, 0.2% 상승하는 등 완만한 상승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 부동산 정보 업체 리얼캐피털애널리틱스(Real Capital Analytics, RCA)에 따르면 런던은 전세계에서 가장 큰 오피스 시장이다. 지난해 오피스 거래 규모가 209억달러(약 24조 3000억원)에 달해, 전세계 주요 도시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브렉시트는 런던이 상업용 부동산 시장 내 위상을 유지하는 데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런던의 부동산 가격 급등을 이끌었던 원동력으로 런던의 ‘금융 경쟁력’이 꼽히는데, 브렉시트는 여기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소프트 브렉시트냐 하드 브렉시트냐에 따라, 영국이 ‘금융 패스포트’와 자유로운 노동 이동을 유지할 수 있는지 여부가 결정된다. 영국은 현재 EU 회원국과 자유롭게 금융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패스포트 권리’를 갖고 있는데, ‘노딜 브렉시트’로 결정될 경우 영국은 이 권리를 상실하게 된다. 금융 패스포트가 없어지면 런던의 금융 상품을 유로존에 판매할 때 유로존 감독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글로벌 금융회사들은 유럽 비즈니스 본부를 유로존에 둬야 할 필요성이 생긴다.
만약 현재 영국 정부와 EU가 합의했던 안과 비슷한 수준에서 브렉시트가 진행될 경우에도 부동산 시장에는 장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시장에 급격한 충격을 주진 않겠지만, 결국 영국이 EU의 패스포트를 보유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단기 충격이 없다는 점을 제외하면 장기적으로는 노딜 브렉시트와 큰 차이가 없다는 평가다.
금융 패스포트와 자유로운 노동 이동을 그대로 유지하는 소프트 브렉시트로 결정될 경우, 금융산업 입장에서는 브렉시트를 철회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갖게 된다. 구경회 KB증권 연구원은 “이미 글로벌 금융회사들은 EU의 사업부문 중 상당 부분을 런던에서 유로존으로 옮겨 놓았다”며 “만약 브렉시트가 소프트 브렉시트로 진행되면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런던 비즈니스를 추가로 축소할 필요가 없고, 오히려 다시 확대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향후 브렉시트가 어떤 시나리오로 진행될 것인지는 한국 금융투자업계에도 중요한 이슈다. 영국 부동산 정보 업체인 나이트프랭크(Knight Frank)에 의하면 지난해 런던 오피스 빌딩의 매수자금 중 16%가 한국 투자자로, 이는 중국과 영국에 이어 3위다. 한-미 금리역전 이후 미국 부동산 투자 과정에서 환 헷지 비용이 급증하면서 한국의 신규 해외 투자가 유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결과다. 지난해의 경우 일부 대형 투자로 인한 일시적 영향이 컸다고는 하지만, 해외 시장에서 한국 투자자의 입지가 높아진 것은 분명하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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