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글로벌 금융 시장의 과열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미중 무역합의가 공식 서명만 남겨두고 있고, 관세 부과 철회로 연말 소비도 견조했지만, 기업들의 실적 추정치는 더디게 회복되고 있다. 결국 올해도 풍부한 유동성에 기댈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CNN에서 측정하는 과열 판단 지표 '탐욕과 공포(Greed and Fear) 지수'는 지난해 말 기준 '극단적 탐욕(extreme greed)' 영역인 93을 기록 중이다. 1년 전만 해도 지수는 '극단적 공포(extreme fear)' 영역에 위치해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 이후 빠르게 지수가 상승하며 2017년 4분기 이후 처음으로 극단적 탐욕 영역에 들어섰다.

옵션시장의 투자심리를 나타내는 풋콜레이쇼(Put-Call ratio) 또한 과열 조짐을 경고하고 있다. 풋콜레이쇼가 낮다는 것은 콜옵션 거래량이 풋옵션 거래량을 크게 웃돌고 있다는 뜻으로, 그만큼 낙관적 편향이 강하게 형성돼 있음을 의미한다. 최근 미국 풋콜레이쇼(최근 10일 평균)는 2018년 1월 이후 최저치로 하락했다. 한국 풋콜레이쇼도 역시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의 펀더멘탈(기초체력)은 이를 뒷받침할 만큼 낙관적이지 않다. 박소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과 중국의 경우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 지표가 상향 중이긴 하지만, 내년 실적을 당겨오는 롤링 효과 영향이 대부분"이라며 "실질적인 실적 상향은 아직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의 상황은 더 부정적이다. 12개월 선행 EPS는 정체돼 있고, 실적도 지속 하향세다. 박 연구원은 "1월부터 시작되는 4분기 어닝시즌 결과가 예상을 하회할 경우, 탄력 둔화는 불가피해 보인다"고 내다봤다.

결국 투자자들은 내년에도 펀더멘탈 보다는 유동성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총자산은 지난해 8월 말 3조7000달러에서 12월 말 4조1000억달러까지 증가했다. 매달 950억달러씩 불어난 셈인데, 월 600억달러 규모의 국채 매입과 레포 시장 안정화를 위한 공개시장조작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 또한 지난달 27일 발표한 '2020년 통화신용정책 운용방향'에서 통화완화 기조를 유지하고 국고채 단순매입 규모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인민은행도 지급준비율 인하가 임박했다는 평가다.

이처럼 유동성에 기대야 하는 상황에서는 지수보다는 종목, 대형주보다는 중소형주를 주목해야 한다고 한국투자증권은 조언했다. 실제 지난달 배당락 이후로는 대형주 선호현상이 줄어들고 있고, 투신권과 외국인 투자자들이 코스닥 시장을 집중 매수하고 있다.

박소연 연구원은 "소형주 수익률이 압도적 성과를 기록한 것은 미 연준이 제로 금리를 유지하고 ECB는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으며 한국은행도 구조조정과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인하 대열에 합류했었던 2014년과 2015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은은 4월 총선 이전 추가 금리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매우 높고, 그간 잠잠하던 중국도 기존 대출에 최우대금리(LPR)를 적용키로 하면서 20bp(100bp=1%) 금리인하를 간접적으로 유도했다"며 "향후 지준율 인하까지 단행된다면 효과는 훨씬 배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