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주도 구조조정, 올해가 국산화 원년
성장금융 기업구조혁신펀드, 올해 1兆 추가
블라인드펀드 '파이프라인', 올해부터 본격 가동
재기지원펀드 'IRR 15%' 조기청산도 붐 조성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기업의 재기를 지원하는 '국산' 구조조정 펀드가 올해 본격적으로 투자 기반을 넓힌다. 정책 모(母)펀드 운용사인 한국성장금융의 기업구조혁신펀드가 올해에만 1조원 이상 그 규모를 늘릴 방침인데다, 그간 조성한 1조원 규모의 펀드에서는 투자 사례가 쏟아질 전망이다. 특히 구조혁신펀드의 전신으로 조성됐던 재기지원펀드 일부가 올 상반기 중 높은 성과를 내며 조기 청산될 예정이라, 출자를 저울질하던 연기금 등 '큰 손'들의 참여도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성장금융은 올해 중 1조원 규모의 기업구조혁신펀드를 추가 조성하기로 했다. 정부 예산은 기존안(1000억원)보다 적은 750억원으로 최근 확정됐지만, 국책 및 시중은행의 출자를 더해 5000억원 규모로 모펀드를 조성한 뒤 민간 자금 매칭으로 1조원 규모 펀드를 만들겠다는 목표는 기존과 동일하다.
기업구조혁신펀드는 현재 특정 위탁운용사(GP)에게 위탁됐거나 예정인 블라인드펀드 자금만 약 9200억원 규모이며, 이와 별도로 특정 기업에 투자하기 위해 프로젝트성으로 조성된 펀드 자금도 4700억을 웃돈다. 정부는 지난해 이후 5년간 매년 1조원씩, 총 5조원 규모로 펀드 규모를 키워나갈 방침이다.
구조조정 투자 업계에서는 구조혁신펀드로 인한 '붐'이 올해 이후 본격적으로 조성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관 출자를 받아 블라인드펀드를 운용하는 PEF 등 투자자들은 통상 3~5년에 걸쳐 자금을 소진한다. 이 때문에, 선정된 블라인드펀드 운용사 6곳 중 실제 투자를 집행한 곳은 1차년도(2018년 11월 선정) 위탁운용사인 NH투자증권-오퍼스PE 한 곳뿐이다. 나머지 1차년도 운용사들의 투자는 올해 상반기부터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되며, 2차년도 운용사들 역시 올해 중으로 투자를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정책 펀드가 아닌, 민간 주도로 조성된 구조조정 펀드가 올해부터 본격 투자에 나서는 점도 기대 요인이다. 국민연금이 총 4000억원을 출자해 조성한 SS&D(Special Situation & Distressed) 펀드가 대표적이다. 운용사 컨소시엄 세 곳을 위탁운용사로 선정했는데, 그중 KB증권-나우IB캐피탈과 NH투자증권-오퍼스PE는 구조혁신펀드 운용사로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블라인드펀드 투자는 아니었지만, 구조조정 딜이었던 동부제철 M&A를 위해 조성된 프로젝트펀드에 과학기술인공제회가 출자한 점도 주목을 받았다.
특히 구조혁신펀드의 전신 격인 '재기지원펀드'의 일부가 올해 중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며 청산될 예정이라는 점도 투자 기반이 확대되는 데 긍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재기지원펀드는 성장금융이 운용하는 모펀드 '성장사다리펀드'의 하위펀드 중 하나로 지난 2014년 출범했다. 민간 자금까지 더해져 총 2530억원 규모로 조성돼 운용됐는데, 그중 SG프라이빗에쿼티-케이스톤파트너스가 조성한 630억원 규모의 펀드는 투자 기업 중 한 곳을 제외하고는 투자회수(엑시트)를 마친 상태다. 현재 출자자들에게 수익 배분까지 어느 정도 마무리된 상황으로, 약 5년 투자기간의 연환산 수익률은 15%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성장금융의 성공 사례가 조금씩 누적되면서 정책 펀드에 대한 자본시장의 신뢰가 높아지고 있고, 구조조정 테마에 대한 출자 기반 자체도 국민연금 참여 이후로 넓어지고 있다"며 "최근과 같은 분위기가 수년 더 이어진다면,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 때 외국계 거대 자본에 의해 휘둘리며 냈던 비싼 수업료가 비로소 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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