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상일(대구) 기자]세월호 비극으로 정부가 관피아 척결을 외치고 있는 와중에도 대구 한국섬유개발원이 관피아 낙하산 인사를 또 다시 추진해 정부의지를 의심케 하고 있다.
7일 익명을 요구한 제보자에 따르면 전 코오롱부사장 출신인 이춘식 원장의 임기가 지난달 19일자로 끝나자 한국섬유개발원은 신임원장으로 기무사 대령 출신인 문혜강 씨를 선임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이달 2일자로 문 씨에 대한 승인을 완료했고 문 씨는 오는 10일께 한국섬유개발원 제12대 원장으로 취임한다.
이를 위해 섬유개발원은 지난 7월말 원장 채용공고를 내 자격요건을 ‘연구원 경영에 대한 경륜, 지도력과 미래지향적 비전을 갖춘 전문인, 섬유산업 기술분야의 전문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분’으로 제시했다. 이어 ‘조직화합과 경영성과를 도출할 수 있는 기관 경영능력을 갖춘 분, 경영혁신을 위한 개혁 지향적인 의지와 추진력을 갖춘 분’ 등으로 규정했다.
또 한국섬유개발연구원 정관 제9조(원장) ①항에도 ‘원장은 상근이사로 하되 섬유에 관한 학식이 풍부한 자’라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원장 지원자 10명 중 문 씨의 이력은 공군본부 기무 부대장, 한국항공대학교 연구교수, (주)송림기술 대표, (주)골드드림 대표, 항공대학교 항공안전관리연구소, 오산대학교 초빙교수(경영학) 등이다.
이는 채용공고에 따른 자격요건도 맞지 않고 있고 정관에서 규정하고 있는 ‘섬유에 관한 학식이 풍부한 자’로도 볼 수 없다는 것이 제보자의 주장이다.
제보자는 원장 지원자 10명 중에는 동양나일론 연구소장, 제일합섬․제일모직 수석연구원, 섬유회사 대표, 한국패션센터 연구개발본부장 등의 이력을 가진 지원자도 있었다고 했다.
제보자는 섬유와는 무관한 문 씨가 왜 원장으로 내정됐는지 이해할 수 없고 이는 전형적인 낙하산, 관피아 인사인 것 같다고 했다.
앞서 국회 김제남 정의당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제출받은 ‘전문생산기술연구소 지배구조 현황’에서도 중앙정부와 지자체 예산으로 운영되고 있는 대구경북지역 전문생산기술연구소가 관피아 출신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대구경북지역에 섬유관련 전문연 등 5곳(다이텍연구원, 한국섬유개발연구원, 한국패션산업연구원, 한국섬유기계연구원, 한국로봇융합연구원)이 운영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5곳 모두가 산업부 고위 공직자, 정치계, 연구원, 기업, 학계 등의 인사가 장악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한국로봇융합연구원 윤종민 원장은 특허청 상표디자인 심사국장 출신이다. 한국패션산업연구원 김충환 원장은 대구시의원 출신, 다이텍연구원 전성기 원장은 한국염색기술연구소 상품개발본부장 출신이다. 또 한국섬유기계연구원 이재원 원장은 영남대 기획처장 출신이다.
이에 세월호 사고 이후 관피아 문제점이 꾸준히 지적되고 있지만 관행적인 낙하산 인사는 시정되지 않고 있다고 김 의원은 강조했다.
김 의원은 “문제가 5곳의 전문연이 감독기관 방치 하에 극히 폐쇄적으로 운영되면서 낙하산 인사와 각종 부정 비리의 온상으로 자리하고 있다”고 했다.
대표적으로 대구 패션산업연구원은 지난해 채용과 입찰, 용역비리 등으로 전임 원장 등 7명이 불구속 입건된 바 있다.
최근은 진주의 한국실크연구원 직원 2명이 국가보조금을 횡령 혐의로 징역 1년 6월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됐고, 이사장과 실크업체 대표 등 15명 또한 각각 징역 4~1년 2월의 집행유예가 선고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국섬유개발원 관계자는 “이사회의 의결이 있으면 채용조건도 한국섬유개발원 정관도 무시될 수 있다”고 해명했다.
대구시 관계자도 “한국섬유개발원에 한해 운영비 8억 가량을 지원해 주고 있지만 이사회에서 관피아 승인을 내리면 어쩔수 없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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