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가동률도 떨어졌고 공장 내 확진자가 나올까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초 슬로바키아에 있는 한 삼성전자 협력업체 직원이 말했다. 공장이 셧다운 (가동 중지)된 이후 재가동된 지 일주일정도 흘렀을 때였다. 유럽 코로나 확진자가 늘면서 정상적인 생산이 불가능하진 않을까, 수요가 급감해 매출 타격이 클 텐데 대책은 있는지…. 우려 섞인 질문에 그가 답했다. “유럽의 상황만 보면 기업들이 다 망하겠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한국 기업은 의지가 강해 극복할 수 있을 겁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글로벌 경제가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한국 기업들은 외교력과 기술력 그리고 특유의 끈기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있다. 해외 한국 기업들은 코로나19로 국경이 폐쇄되자 정상적인 공장 운영을 위해 각국 정부와 협상해 전세기를 띄워 기술진을 급파했다. LG디스플레이 중국 광저우 OLED 공장에 파견된 한 기술진은 “단 하루, 한 시간이라도 아껴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전했다. 이탈리아에서 코로나 19가 급증하면서 하루 수천명이 목숨을 잃을 때 한국 기업 주재원들은 홀로 텅 빈 사무실을 지켰다. 주재원들은 출퇴근 자체가 공포스러웠지만 최대한 평소와 다름없이 일하려고 애썼다고 전했다.
코로나19로 인한 한국 기업 상황을 취재하면서 전 세계에 한국 기업이 이렇게도 많이 나가 있나 새삼 놀랐다. 이들이 코로나와 싸우는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드는 생각이 있었다. ‘이들이 타국이 아닌 우리나라에 있으면 좋겠다.’ 그러나 한국은 기업들이 경영하기 좋은 국가가 아니었다. 폴란드에 있는 한 기업 관계자는 “한국기업을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해 두팔 벌려 환영하는 분위기인 데다 각종 세제혜택도 다양한데 왜 한국으로 돌아가겠느냐”고 반문했다.
한창 세계화가 팽창될 때에는 시장 확대를 위해 해외 진출이 필요했다. 그러나 코로나19는 자유무역주의의 퇴조를 불러오고 있다. 제조업의 해외 공급망 변화가 불가피하다. 당장 미국, 유럽, 일본 등 세계 경제 강국은 중국 제조업 의존도를 낮출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필 호건 EU 무역 담당 집행위원은 EU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무역 의존도를 낮추는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략적 차원에서 해외 생산 거점이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더라도 한국의 고임금 부담, 노동시장 경직성으로 해외로 떠나는 기업들이 여전히 많다. 이들을 국내에 돌아오게 하는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단순히 세제 혜택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기업이 생산품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반기업 정서부터 고쳤으면 한다. 경제가 어려울 때만 아쉬워 기업을 불러 일자리를 늘려 달라고 할 게 아니라, 평소에도 기업의 애로사항을 듣고 지원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코로나로 생긴 유례 없는 불확실성과 싸우려면 정부와 기업 모두 뭉쳐야 산다. 코로나19를 이겨냈듯 코로나 이후 뉴노멀 시대, 우리나라가 세계 경제에서도 주도권을 잡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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