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부터 ‘제 20대 국회, 내가 뽑은 좋은 입법’이라는 꽤 흥미로운 대국민 이벤트가 온라인에서 진행되고 있다. 국회사무처에서 20대 국회의 대표적 성과로 선정한 3개 분야(정치행정·경제산업·사회문화환경) 32개 법안 중에서 시민이 생각하는 좋은 입법을 분야별로 2개씩 뽑는 방식이다.
‘국민동의 청원법’, ‘상가 임차인 보호 강화법’, ‘디지털 성폭력 방지법’ 등 선정된 법안 이름만 봐도 금방 마우스 클릭을 할 듯하다. 그런데 경제·산업 분야에서 선정된 ‘명절 고속도로 통행료 감면법’에 대해서는 다른 관점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정부는 명절 연휴 동안 전국 고속도로와 평창올림픽기간 행사지역 요금소에 대한 통행료 면제를 실시한 바 있다. 최근에는 민자고속도로 통행료 인하까지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인 ‘국가기간교통망 공공성 강화 및 국토교통산업 경쟁력 강화’의 실현을 위한 일련의 정책들로 이해된다.
그러나 이러한 고속도로 통행요금 정책이 공공성과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는지는 의문이다. 공공성(publicness)에 대한 정의나 해석은 시대와 분야마다 다양하다. 교통에서도 대체적으로 ‘기본 교통수단의 제공’, ‘안전한 통행의 보장’, ‘환경적 지속가능성’, ‘공공재 여부’ 등이 공공성 판단의 기본 논점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공공성 강화를 교통정책의 우선순위로 둔 교통선진국에서는 통행료 감면과 같은 승용차 이용자들에 대한 현금성 직접 지원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초기인 2008년에 ‘출퇴근 시간 고속도로 통행료 할인제도’를 도입함으로써 교통혼잡으로 인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는 승용차 이용자에게 오히려 연간 600억원 이상을 무상 지원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수요가 증가하는데 가격을 내리는 비상식적 요금제까지 언급할 필요도 없다. 동일한 정부에서 2011년 12월에 추가로 도입한 ‘주말 통행요금 할증’은 다른 차원에서 생뚱맞다. 통행수요를 평일로 분산시켜 주말·공휴일 고속도로 혼잡을 줄이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대부분 휴일에 이뤄지는 여가통행의 본질을 무시함으로써 차량 분산 효과는 거의 없었다. 이러다 보니 상당수 이용자들이 아직까지도 주말 통행요금이 더 비싼지 조차 인식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반면 한국도로공사는 주말할증제 도입 이후 6년여 동안 약 2200억원의 추가 수입을 올렸다. 이처럼 합리적인 근거 없이 간단한 요금제 변경만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면 누가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 개발과 실현에 노력을 다하겠는가.
주말 할증 정책이 당시 이명박 정부의 새로운 경제정책 기조인 ‘콜렛-헤이그 규칙’ 때문이었다는 뒷이야기가 있다. 이는 여가나 레저 관련 소비에는 높은 세금을 부과하고, 근로를 장려하는 분야에는 낮은 세금을 매김으로써 생산성 향상과 공평성을 동시에 추구한다는 이론이다. 그런데 선진국 대도시에서는 대다수 시민들이 이용하는 버스나 지하철까지도 출퇴근 시간대에 요금을 더 비싸게 부과하고 있다.
특히 경제 활성화를 위해 여가활동을 적극적으로 장려하는 문재인 정부 정책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결국 세금 정책을 교통요금에 무리하게 끌어들였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고속도로 통행료 정책은 연간 4조원 정도의 통행료 수입을 다루는 한국도로공사뿐만 아니라 현재 18개에 달하는 민자고속도로 사업자들의 명운을 좌우한다.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민생경제’ 전략을 위한 교통 공공성 강화에는 올바른 통행요금제 확립이 핵심 요소다. 우선 지난 정부의 갈지자(之) 요금제를 정상화시키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자. 깊은 성찰과 치열한 논쟁이 필연적이다.
유정훈 아주대 대학원 교통시스템공학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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