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 빼고 채소 듬뿍’정부가 나서 비만방지 위해 식단 규제…학생·학부모·급식단체 찬반논란 가중
학교 점심 열량 줄었지만 단가 올라 급식업자들 불만…법안 개정 로비나서
학생들“먹을게 없다”40%는 휴지통으로 매점통해 판매허용 정크푸드도 염분규제
“이게 점심이라고? 먹을 게 없다”
미국의 학교급식 제도가 논란을 빚고 있다.
그동안 일선 교육현장에서 학교급식과 관련한 가장 큰 이슈는 학생들의 충분한 영양공급이었지만 지금은 학생들의 균형잡힌 영양 섭취와 비만문제가 화두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영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가 학교급식 제도 개선을 주도한 가운데, 정부가 공립학교를 대상으로 영양분 섭취를 규제하고 일부 식품을 제한하자 이에 대해 학생들과 학부모, 급식담당자, 관련 업계의 이해관계들이 얽히고 섥혀 찬반 논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일부 단체는 로비스트를 고용, 법안 개정도 노리고 있다.
▶논란이 된 ‘아동결식방지건강법’(Healthy, Hunger-Free Kids Act)이란=아동결식방지건강법은 학생들의 비만 등 건강문제와 결식을 방지하기위한 목적으로 제정됐으며 급식 프로그램과 예산 및 기금마련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2010년 미 하원에서 264대 157로 통과됐고 그해 12월 오바마 대통령이 최종 승인했다.
이 법으로 미 농부부는 자판기 판매를 포함해 일일단위 점심식사 식단 표준을 제정할 권한을 갖게된다. 정부는 무료급식 및 급식할인을 위한 보조금을 지급하고, 각 학교는 신선한 식품 공급을 위해 지역 농산물을 사용해야 한다. 또 학교 급식업체는 반드시 채소와 과일을 식단에 포함해야 한다.
공립학교 학생 3000만 명이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의 적용을 받고 매끼 점심식사는 모두 정부 보조금을 받는다. 1300만끼의 아침식사도 정부 지원을 받고 있다. 정부는 향후 10년 간 45억달러(약 4조8330억원)의 자금을 투입할 예정이다.
▶왜 논란이 되고 있나=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학생들 대다수가 매일 섭취하는 열량의 절반을 학교에서 공급받고 있어 학교급식은 매우 중요하다.
2009년 기준 학교급식의 염분 섭취 수준은 연방정부의 1끼당 염분 권장치의 두 배인 1375㎎이었다. 학생들은 디저트로 나오는 스낵이나 피자 등을 먹어 일일 기준보다 277㎈ 더 많은 열량을 섭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가 되는 것은 정부의 열량과 영양소 규제다. 정부는 열량 과잉 공급을 막기 위해 연령대별로 고등학생은 850㎈, 중학생은 700㎈, 초등학생은 650㎈로 제한하고 있다. 단백질 섭취 역시 1주일에 12온스 미만으로 제한했다.
그런데 야채와 과일을 비롯한 영양에 좋은 음식을 제공하도록 규제하자 열량은 줄어든 한편 단가는 올라갔다. 여기에 채소를 싫어하고 스낵 등 기성식품에 입이 길들여진 학생들은 급식이 맛이 없다면서 음식을 쓰레기통에 버리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3000만 명이 버리는 급식은 연간 10억달러에 이르며 일부 지역에선 급식 40%가 버려진다는 조사가 나오기도 했다.
학교급식프로그램을 포기하는 학교도 생겼고 급식 대상자는 20년 만에 처음으로 줄어드는 결과도 나왔다. 이에 대해 미 농무부는 이탈자 비율은 전체 참가자의 3% 정도라고 밝혔다.
일부 관계자들은 정부의 급식규제가 정부 역할을 강조한 ‘큰 정부’의 잘못된 새로운 형태라고 지적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반발이 커지자 정부는 일부 ‘인기식품’에 대한 판매를 허용했는데, 매점이나 자판기에서 스낵을 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인기식품은 대부분이 브랜드 패스트푸드나 정크푸드다. 그러나 이에 대한 규제도 엄격해 한 번에 350㎈, 염분 480㎎ 미만으로 제한했다. 그러나 대다수 식품들은 이 기준치를 훨씬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얽힌 이해관계, 로비전에 뛰어든 급식시장=NYT에 따르면 일부 구내식당 관리자들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식품을 덜 공급하는 한편, 가격을 올려야하는 상황에 대해 불만을 털어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5만5000개 학교 급식 공급업자들이 모인 미국학교영양협회(SNA)는 채소 및 과일 제공 의무 규정을 폐지하라고 주장하며 법을 개정하기 위한 로비에 뛰어들었다.
일부 식품업체들은 다른 로비 공세를 시작했다. 채소ㆍ과일 섭취를 늘리는 한편 감자튀김과 같은 탄수화물이 많은 채소는 소비를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500여개 냉동식품 및 채소 공급업체 연합인 미국냉동식품협회는 감자의 고칼슘 저비용을 강조하며 여러 의원들로 하여금 톰 빌색 농무부장관에게 편지를 보내도록 했다.
피자도 소비를 줄여야 해 또다른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피자는 연간 4억5000만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급식시장의 가장 인기있는 효자상품이었다. 그러나 토마토 소스로 인한 과다 염분 섭취 등이 문제가 돼 소스 사용량을 줄이라는 압력을 받고 있는 것이다.
미 전국 학교의 피자 판매량 가운데 70%를 공급하고 있는 슈완푸드컴퍼니는 정부의 결정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 회사는 1만4000명의 직원을 고용하며 연간 30억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식품 대기업이다.
반대로 일부 업체들에겐 정부의 기준 마련이 새로운 사업기회가 되고 있다. 그릭 요거트 디저트나 야채수프를 공급하는 업체들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기회가 되고있는 것이다. 채소 재배 및 공급업체 협회인 유나이티드프레시는 이들 업체들의 참여 확대를 위한 컨퍼런스를 개최하기도 했다.
협회의 톰 스텐젤 회장은 NYT에 “법안 개정을 지지하는 의원들에게 ‘법안 철회는 결코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다닌다”며 “미국의 싸커맘(자녀교육에 지나치게 관심갖는 엄마)들이 이를 허락할 것 같으냐”고 반문했다.
문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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