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정경심 1심 재판부의 탄핵을 요구한다’는 청원이 올라와 있다. 해당 청원은 만료 기간을 열흘 정도 앞둔 현재 기준 45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전체 추천 순위 1위를 기록 중이다.
게시판 한쪽에선 ‘검찰총장 윤석열 해임과 함께 철저한 수사를 통해 엄중 처벌받아야 한다’는 청원과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철회 및 해임 반대’ 청원이 각각 청원인 30만명을 넘어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결과는 이미 나왔지만 당시 국민청원 게시판 내 ‘갈라짐’의 흔적은 여전히 뚜렷하다.
불과 세 걸음. 정경심 교수의 1심 선고가 있던 지난해 12월 23일 서울중앙지법 앞에 모여 “정경심 무죄”와 “정경심 구속”을 외치던 사람들의 거리다. 모두가 마스크를 썼고 한데 모여 있었지만 그들은 같은 사람이 법원으로 들어가는 동안 다른 것을 보았다.
2019년 갈라졌던 2개의 광장은 이날 법원 앞에서 재연됐다.
갈라진 양쪽에서 서로 다르게 본 진실을 증거를 통해 명확히 한 건 법원이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부장 임정엽)는 정 교수를 유죄로 보고 징역 4년의 법정구속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정 교수의 입시 비리 혐의를 전부 유죄, 증거 인멸과 사모펀드 관련 혐의는 일부 유죄로 봤다.
이 과정에서 재판부는 정 교수에게 “진술한 사람들이 정치적 목적 또는 개인적 이익을 위해 허위 진술을 했다는 등의 주장을 함으로써 자세한 사정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법정에서 증언한 사람을 비난하는 계기를 제공해 진실을 이야기한 사람들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했다”고 지적하며 ‘진실’에 대해 언급했다.
이후 진실을 외면한 채 가해지는 비난은 재판부로 옮겨갔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재판장인 임정엽 부장판사의 사진과 함께 올라온 인신공격성 글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권력에 있어 갈라짐이란 견제와 균형을 뜻한다. 이는 곧 삼권분립으로도 이어진다. 법관 탄핵 청원과 같은 움직임은 삼권분립을 침해하고 사법부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행위다. 한 고등법원의 부장판사도 “정경심 교수 판결 내용을 가지고 탄핵 얘기가 나온다면 재판의 내용을 가지고 하는 것이니, 삼권분립이나 재판권·법관·재판의 독립이 침해되는 문제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1심 선고 재판정에 들어가면 반드시 마지막에 듣게 되는 말이 있다. “이 판결에 불복 시 7일 이내에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하시면 됩니다”라는 말이다. 정 교수는 선고 당일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재판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항소를 하면 될 일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그것이 진실이 아니라 외면하고 재판정 밖으로 끌고 나와 다투는 행위는 그만둬야 한다.
재판정 밖에서 현재 진행 중인 ‘진실을 말하는 사람들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한 행위’를 이젠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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