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파트에 있는 전기차 충전소의 모습 [헤럴드경제 DB]
한 아파트에 있는 전기차 충전소의 모습 [헤럴드경제 DB]

[헤럴드경제 정세희 기자]“전기차 충전기가 없는 아파트로 이사를 갑니다. 어떻게 하죠?”

최근 한 전기자동차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작성자는 “매번 거리가 먼 면 사무소로 가서 급속 충전할 수도 없고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전기차 충전기 10만명 시대 충전기 인프라가 얼마나 부족한지 보여주는 사례다.

다른 이용자들의 댓글을 보면 전기차 이용자들이 충전기 문제로 얼마나 고민이 많았는지 여실히 드러났다. 이용자들은 ‘이동식 충전기를 이용하라’, ‘회사에 충전기를 설치하는 게 더 낫다’, ‘아파트 자치위원회에 건의해봤더니 너무 오래 걸리니 그건 포기하라’는 등 다양한 조언을 했다. 여전히 전기차 이용자들은 충전기를 찾아 헤매고 있다는 의미다.

한 전기차 차주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사가는 아파트에 급속 충전소가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는 글. [온라인커뮤니티 캡처]
한 전기차 차주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사가는 아파트에 급속 충전소가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는 글. [온라인커뮤니티 캡처]

아파트에 전기차 충전기 설치를 위해 입주자대표회의를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를 묻는 글도 다수 보였다. 한 이용자는 “우선 관리소장님 만나시고, 다수의 동대표 만나보라, 아니면 동대표를 맡겠다고 해보라”고 조언했다. 전기차 차주들은 자동차라는 기본적인 교통수단을 이용하기 위해 해야할 일이 이렇게 많은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전기차 차주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아파트 주차장에 전기차 충전기 설치를 위해 입주민대표자들을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상담한 글.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전기차 차주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아파트 주차장에 전기차 충전기 설치를 위해 입주민대표자들을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상담한 글.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아파트에서 전기차 충전을 두고 벌어지는 갈등은 이 뿐만이 아니다. 전기차 완속 충전시설에 반나절 이상 충전하는 배짱족들도 다수 있다. 전기차 이용자들의 불만이 늘자 정부는 최근 전기차 충전시설에 12시간 넘게 주차하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개정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전기차 충전 인프라 부족에 있다. 전기차의 충전기 부족 문제는 오래전부터 지적돼 왔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와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기차 등록대수는 13만4962대다. 2016년(5177대)에 비해 26배 이상 늘어났다. 하지만 충전기 수는 작년 12월 기준 총 3만4723기에 불과하다.

이처럼 충전기가 부족하다 보니 전기차 차주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모여 전기차 충전소가 어디에 있는지 공유하고 있다. 전기차 이용자들의 커뮤니티에는 ‘실시간 무료 충전소 현황’이 수시로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다. 전기차 충전을 할 때마다 정보를 확인해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는 셈이다.

충전 시설이 부족해짐에 따라 운전자 간 마찰도 빈번해지고 있다. 서울시에 접수된 전기차 충전 방해와 관련된 민원은 2019년 상반기 월 평균 153건에서 2020년 상반기 228건으로 49.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 확대 속도에 비해 충전소 인프라 구축이 더디다는 지적에 정부는 전국 2000만세대에 전기차 충전기를 보급하겠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대기미래전략과 담당자는 “2025년도까지 급속이 1.5만기, 완속은 콘센트 등을 포함해 50만기를 보급 목표로 정했고 이를 위해 점차적으로 보급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