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매시장 30% 빠지며 '찬바람'
연 초 김창열 물방울 작가 최고가 경신
서울옥션 낙찰률 90%
신규 자금·풍부한 유동성·미술시장 상승 사이클 시작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분위기가 반전 된 건 불과 한 달이다. 꽁꽁 얼어붙었던 미술시장이 훈풍을 넘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반짝 해빙일까 아니면 본격적 상승장의 시작일까. 시장 심리는 '지금은 살 때'라는 신호가 강하다.
2020년 미술경매시장은 꽁꽁 얼어붙었다. 코로나19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것에 직격탄을 맞았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최근 발표한 2020 국내 경매시장 규모는 1139억원으로 2019년 1543억원 대비 26.2%급감했다. 코로나19로 서울옥션이 해외경매를 진행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혔으나, 전반적으로 거래가 저조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연초 경매부터 시장이 활기를 띄고 있다. 트리거가 된 것은 고(故) 김창열(1929~2021)화백의 '물방울'연작이다. 지난 1월 타계 후 열린 케이옥션 1월 메이저 경매에서 '물방울 SH84002'(1983년)이 치열한 경합 끝에 시작가 5000만원의 3배인 1억 5000만원에 낙찰됐다. 이외에도 물방울 그림 3점이 추정가 2배에 새주인을 찾았다.
이후 지난 23일 열린 서울옥션 메이저 경매에선 또다른 '물방울'(1977년)이 10억 4000만원에 낙찰되며 작가 경매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전 최고가 기록은 2020년 7월 케이옥션경매의 '물방울 ENS8030'(1980년)로, 5억 9000만원이었다. 이번 작품은 시작가 4억 8000만원에서 10억을 돌파할 때까지 현장과 서면 온라인 응찰자가 경합을 이어가 순식간에 현장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함께 출품된 8점의 작품 모두 예상가를 훌쩍 넘겨 낙찰됐다.
이같은 분위기는 경매 후에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옥션 관계자는 "경매 마감 이후 작품을 낙찰받지 못한 언더 비더(Under bidder)들의 문의가 이어졌다. 비슷한 작품을 구해달라는 요청이 많았다"고 귀띔했다. 아트딜러 A씨도 "원래 1970~80년대 작품이 가장 가격도 비싸고 수요도 많다. 그런데 최근엔 2000년대 근작까지 그 수요가 확대됐다. 작가 타계 후 시장이 급격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했다.
이번 서울옥션 메이저 경매는 시장에서 '그린라이트'로 해석할 만한 수치가 많다. 이우환의 2012년 조응 석판화도 1850만원에 낙찰됐다. 비슷한 작품이 지난 2월 케이옥션 온라인 경매에서 1600만원에, 앞서 2020년 5월에는 520만원에 낙찰된 바 있다. 최근 몇 달 사이 최고가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셈이다. 박서보의 2011년작 '묘법 No.111020'은 2억원에 경매를 시작해 3억500만원에 낙찰됐다. 작가의 2000년 이후 작품 중 최고가 기록이다. 청전 이상범의 초기작 '귀로(歸路)'(1937년)도 시작가 1억원보다 크게 오른 4억2000만원에 낙찰됐다. 역시 청전 작품 중 경매 최고가다. 낙찰총액도 110억원, 낙찰률은 90%를 기록했다. 낙찰총액은 2019년 6월 서울 경매 110억원 이후, 낙찰률은 2017년 4월 부산 경매 93% 이후 최고치다.
급격한 턴어라운드의 요인으로는 신규 콜렉터의 진입, 부동산과 주식 활황으로 인한 풍부한 유동성, 미술시장 자체 사이클상 상승장 시기 등이 꼽힌다. 서울옥션의 경우 이번 경매에 새로 진입한 콜렉터가 약 30%에 달한다. 최윤석 서울옥션 상무는 "밀레니얼 콜렉터도 눈에 띄지만 40~50대 신규 콜렉터가 많아졌다. 또한 한동안 구매하지 않았던 예전 고객들도 돌아왔다"며 "1분기 정도 지나야 확실해 지겠지만 미술시장이 회복세로 들어서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했다. 아트딜러 B씨는 "김창열, 박서보 등 시장에서 원하는 작가들이 뚜렷하나, 시장이 상승세로 돌아섰다는 것을 느낀다"며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뛴다. 지금은 모든 컬렉터들이 '작품을 사야할 때'라고 생각한다. 수요가 공급보다 많으니 오늘 가격이 가장 낮은 가격이다. 부르는 것이 값인 상황"고 말했다.
섣부른 기대일 수 있으나 시장이 회복세에 들어섰다는 시그널이 감지된다. 반짝 상승일지 진정한 변화일지는 상반기 경매 결과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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