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브리병 악화될 경우 만성신부전으로 사망까지
조기 진단 후 효소대체요법 실시하면 관리 가능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어린 시절부터 원인을 알 수 없는 단백뇨와 같은 신장 기능에 이상이 있다면 희귀질환인 파브리병을 의심해봐야 한다. 진행성 질환인 파브리병은 조기 진단으로 빠르게 치료가 시작되면 만성신부전과 같은 위험으로 발전하지 않을 수 있다.
3월 11일은 ‘세계 콩팥의 날(World Kidney Day)’로 세계신장학회 (ISN)와 국제신장재단연맹(IFKF)이 신장(콩팥) 건강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2006년 제정했다.
신장은 혈액 속 노폐물을 배설하고 소변으로 배출되는 체내 수분과 전해질, 산성도 등을 정밀하게 조절해 체내 항상성을 유지하는 기관으로 생명 유지에 있어 중요한 기능을 담당한다. 하지만 기능에 이상이 생겨도 별다른 증상이 없어 쉽게 발견하기 어려운 ‘침묵의 장기’다. 따라서 건강검진 시에 사구체여과율 수치 등의 신장 기능 항목을 유의 깊게 살펴보고 변화가 있을 시에는 관련 소견을 의심해보아야 한다.
신부전 상태에서는 체내 수분이 축적되어 부종과 고혈압 등이 나타나게 된다. 또한 신장의 혈압조절기능이 악화되어 혈압이 상승하게 되고 고혈압 및 울혈성 심부전이 발생한다. 이 외에도 요독증(uremia)과 근무력증, 심장 부정맥 등 각종 합병증이 발생한다.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성인 인구의 8-10%가 신장 손상을 겪고 있으며 매년 수백만 명이 만성신부전과 관련된 합병증으로 조기 사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생명 유지에 중요한 신장 건강에 유독 유년기 시절부터 원인 불명의 이상 소견을 보인다면 희귀질환인 ‘파브리병’을 의심해봐야 한다. ‘파브리병’은 세포 내 소기관인 리소좀에서 당지질 대사에 필요한 ‘알파-갈락토시다제 A’ 효소가 부족해 발생하는 병이다. 세포 내 당지질인 ‘GL-3’이 쌓여 전신에 걸친 다양한 비특이적 임상 증상과 주요 장기의 손상을 유발한다. 이러한 파브리병은 특히 신장 기능 저하를 초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브리병 환자는 태아 때부터 세포 내 당지질이 축적돼 10-20대 시기에는 단백뇨와 알부민뇨를 시작으로 신장 손상이 진행된다. 이때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중장년에 이르러서는 만성 신부전으로 이어져 투석을 받기도 한다.
대한신장학회 이사장 양철우(가톨릭의대 서울성모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신장 질환은 파브리병 환자들의 특징적인 소견으로 방치하면 심각한 손상을 불러온다”며 “원인 불명의 신장 관련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이 있다면 파브리병 검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의료진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파브리병은 치료를 빠르게 시작할수록 예후가 좋기 때문에 조기 진단과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8세부터 16세까지의 소아 1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에 따르면 연구 이전 중등증 혹은 중증 수준으로 GL-3가 축적된 환자 12명를 대상으로 치료를 시작한 결과, 임상 24주차에 GL-3가 거의 제거됐다. 파브리병 치료는 결핍된 효소를 정맥을 통해 혈액 내 보충하는 ‘효소대체요법(ERT)’을 통해 관리할 수 있다.
양 교수는 “신장 질환을 동반하는 파브리병은 희귀질환임에도 불구하고 효소대체요법 등의 치료제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희망적”이라며 “증상의 원인을 알 수 없어 막막한 환자들이 빠르게 진단 받고 효소대체요법을 통해 신장의 추가 손상과 만성신부전으로의 진행을 예방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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