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자 택지·LH분양주택 사들인 직원들

인사규정 위반에도 대부분 견책 이하 징계

‘경미한 과오’ 해당하는 주의·경고 조치 받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직원들의 투기 비위에 견책 이하 가벼운 처분을 내려온 것이 3기 신도시 사전 투기라는 모럴해저드를 불러왔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연합]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직원들의 투기 비위에 견책 이하 가벼운 처분을 내려온 것이 3기 신도시 사전 투기라는 모럴해저드를 불러왔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과거 직원들의 투기 비위에 ‘솜방망이’ 처분으로 일관해 왔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임직원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 역시 이 같은 분위기에서 형성된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드러난 결과라는 비판이다.

9일 LH 취업규칙, 인사규정 및 시행세칙을 살펴보니, 직원이 공정거래 등 법령 및 사규를 위반하거나 직무상 의무를 위반·태만하는 경우, 공사의 명예를 훼손했을 경우에 징계를 내리도록 규정돼 있었다.

징계 종류는 가벼운 순으로 견책부터 감봉·정직·강등·해임·파면까지 있다. 다만, 직원의 복무상 경미한 위반행위 또는 업무상 과오가 법령·사규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에는 주의 또는 경고 처분을 하도록 돼 있었다.

구체적으로 보면 주의는 복무상 무단지각·조퇴·외출·결근 등 위반행위 또는 업무상 과오 등의 사안이 경미하고 경과실이 있다고 인정될 경우 내리는 처분이다.

주의보다 무거운 처분인 경고는 주의의 처분을 받은 후 동일 사안에 대하여 다시 주의의 처분이 요구되거나, 업무상 과오 등의 사안은 경미하나 과실이 있다고 인정될 경우에 해당한다.

그러나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에 공개된 LH 내부 감사 결과를 보면, LH 직원 가족이 이주자 택지를 사들이거나 LH와 수의계약을 맺는 등의 비위 사례가 적발됐지만, 대부분 징계 수위가 견책에 그치거나 주의·경고 처분으로 종결됐다.

2018년 1월 경기지역본부 부장이었던 A씨의 배우자와 배우자의 모친, 자녀 2명은 공동명의로 경기본부가 택지개발지구 내 원주민에게 공급한 이주자 택지 265㎡에 대한 매매계약 및 권리의무승계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직원과 그 가족은 보상·이주 관련으로 특별공급된 주택 등의 권리의무승계 계약을 맺어서는 안 된다는 취업규칙 위반 사항이다. 하지만 A씨는 서면으로 훈계하는 견책 처분만 받았다.

그런가 하면 지난해 10~11월 실시된 내부감사에서는 대구경북지역본부 과장 B씨의 배우자가 내규를 어기고 LH 분양주택 잔여물량에 대해 수의계약을 맺은 사실이 적발됐다.

취업규칙은 직원과 가족이 공사와 주택 등의 매매 및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수의계약 개시일로부터 10일이 지난 주택 등에 한해 예외적으로 매입을 허용한다.

B씨 배우자는 2019년 4월 1일 선착순 수의계약이 시작됐음에도, 개시일로부터 10일이 지나지 않은 4월 7일에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대해 B씨가 받은 처분은 경고 조치였다.

전북지역본부 과장 등 5명은 2019년 2월~2020년 1월 수의계약 등의 방법으로 본인 또는 모친, 배우자 명의로 LH로부터 주택 등을 매입하고 신고를 누락했으나 주의 조치만을 받았다.

이처럼 공사 직원이어서 가능했던 투기 사례에 LH가 가벼운 징계 처분으로 일관했던 것이 결국 신도시 사전 투기와 같은 대형 모럴해저드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 투기사범 특별수사단을 운영하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내부 정보를 이용한 투기 사례가 적발될 경우 부패방지법, 부패방지권익위법, 공공주택특별법 등을 적용해 엄정 대응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