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제일’ 산업 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 슬로건은 미국의 철강사 US스틸의 사장 엘버트 헨리 게리의 경영방침 ‘세이프티 퍼스트(Safety First·안전제일)’에서 유래됐다. 사실 이 회사의 경영방침은 ‘생산제일, 품질제이, 안전제삼’이었다. 게리 사장은 많은 재해가 발생해 생산성 악화로 이어지자 1906년 안전을 가장 최우선으로 경영방침을 다시 정하고 꾸준히 실천했다. 그러자 재해가 줄고 생산성이 향상됐다. 이 같은 효과에 ‘안전제일’이라는 말이 세계 산업 현장에 퍼져나갔다.
한 세기가 훌쩍 넘은 지금, 우리 산업 현장에는 안전제일이 확고히 뿌리내리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건설산업은 특히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한 분야다. 건설 현장에는 수많은 인력과 중장비, 자재가 쉴 새 없이 오가고, 발주부터 설계-시공-감리로 이어지는 복잡한 공정 단계가 체계적인 안전관리를 더 어렵게 한다. 최근 건설 현장이 대형화되고 복잡해지며 안전관리가 더 필요해졌다.
이 같은 산업 환경과 시대적 흐름, 국민적 요구에 따라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건설안전 혁신 방안’을 비롯한 8차례의 안전대책을 수립해 시행하고 있다. 그 결과, 건설산업 산업재해 사망자 수가 2017년 506명에서 지난해 약 460명으로 10%가량 줄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산업재해 사망자의 절반가량이 건설업종에서 발생한다. 2019년 기준으로 전체 산재사망자 중 건설업 사망자 비율이 14.9%인 독일이나 19.9%인 미국 등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건설 현장에서의 산업재해 사망자 비율은 50.1%로, 매우 높다. 소규모 건설 현장에서 사고가 집중되고 있고, 추락사고와 같은 후진적인 사고율이 높다는 것 역시 큰 문제다.
그나마 지난 1월 중대재해처벌법의 제정으로 기업과 경영자에게 노동자의 안전·보건 보장을 위한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위반했을 경우 무거운 처벌이 가능하게 됐다. 또 정부는 올해 건설사고 사망자 수를 전년 대비 20% 이상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건설 현장 안전 강화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먼저 소규모 취약 현장 중심으로 건설 현장 점검량을 지난해보다 6배 이상 확대한 1만5000여곳을 점검한다. 지방국토관리청은 지난해 출범한 국토안전관리원과 함께 전국 어디든 1시간 내 출동이 가능하도록 5개 권역별 점검반을 구성했다. 고위험 공사에 대한 불시점검률도 작년보다 대폭 확대해 사업자와 노동자의 자발적 사고예방을 유도할 계획이다.
건설안전 강화를 위한 법과 제도적 장치 마련에도 나선다.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이 대표적이다. 건설안전특별법은 발주자부터 설계·시공자 등 건설 참여 주체별 권한에 상응하는 책임을 부여하고, 사고 손실 대가가 예방비용보다 크다는 인식 확산을 목적으로 한다. 건설안전특별법이 시행되면 발주자는 적정 공사비용과 공사 기간을 제공해야 하고 원청인 시공사는 하도급사보다 권한이 큰 만큼 안전시설물 설치 등 안전관리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된다. 특히 안전관리 책임을 소홀히 해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형사처벌·영업정지·과징금 등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 이에 따라 건설 현장을 안전한 일터로 탈바꿈시키는, 강력한 촉매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의 이 같은 노력이 현장에 깊이 뿌리내리고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노동자의 인식 개선도 중요하다. 건설 현장의 안전 위협 요소를 발견하면 국민 누구나 신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건설산업 종사자들의 안전의식 강화를 위한 사고예방 교육 프로그램도 확대해나갈 것이다.
우리는 안전에 대한 투자가 노동자를 보호해 생산성을 높이고,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방지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을 ‘안전제일’이라는 슬로건을 통해 이미 한 세기 전 확인했다. 이제는 안전을 먼저 생각하는 모두의 노력과 실천으로 건설산업이 사람 중심의 안전한 일터로 거듭나길 희망한다.
윤성원 국토교통부 제1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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