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딜락 ‘XT4’
최근 수입차와 국산차의 가격 차이가 크게 줄었다. 특히 인기 차종인 스포츠유틸리티(SUV) 모델일수록 경쟁이 심화되다보니 수입차 가격이 예전처럼 부담스럽지 않다. 캐딜락 XT4는 주행 기본기를 바탕으로 국산 컴팩트 SUV와의 치열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만한 매력들로 가득하다.
XT4는 캐딜락의 SUV 라인업 중 막내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전장 4595㎜, 전폭 1885㎜, 휠베이스 2779㎜의 크기로 국산 SUV 중에서는 현대자동차의 신형 투싼과 얼추 비슷한 덩치의 컴팩트 SUV다.
그러나 5500만원대의 XT4의 가격과 캐딜락이라는 브랜드의 위상을 고려하면 국내시장에서 XT4의 경쟁자는 투싼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시장에서도 5000만원 초반대인 제네시스 GV70을 경쟁상대로 꼽고 있다.
XT4의 외관 디자인은 간결하면서도 직선을 강조한 캐딜락의 디자인 철학을 컴팩트 SUV에 잘 녹여냈다.
캐딜락의 시그니처인 범퍼를 향해 떨어지는 기역자 형태의 주간주행등(DRL)은 먼거리에서도, 어두운 밤길에서도 캐딜락의 존재감을 강렬하게 드러낸다. 후드 가운데에는 불룩 솟아오른 파워 돔이 보다 강력한 주행성능을 갖췄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측면부는 전형적인 전륜 기반 SUV의 비율을 보여준다. 루프라인이 뒤로 갈수록 살짝 떨어지긴 하지만 쿠페 스타일을 보여주는 정도는 아니다. 오히려 보다 강인한 인상을 주는 동시에 실용성을 강조해 SUV 자체의 매력을 더한다.
후면부는 형님 격인 XT5나 XT6와 달리 L자형으로 꺾인 형상의 테일램프를 채용했다. 보다 개성있는 느낌을 주지만 클리어타입의 램프 디자인은 다소 올드해보이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차문을 열고 들어선 내부는 “이게 미국산 SUV 맞아”라는 감탄을 내뱉게 한다. 미국차는 기능성만 극단적으로 강조해 투박한 모양과 재질을 사용한다는 편견을 깨기에 충분하다.
특히 손이 닿는 곳곳에 부드러운 촉감의 가죽 트림이 수작업으로 마감됐다. 카본 파이버 소재도 고급감과 스포츠성을 강조한 부분이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부드러운 곡선 형태의 전자식 기어노브다. 미래지향적인 느낌을 주는 동시에 그립감도 뛰어나다.
룸미러를 통해 후방 시야를 보여주는 리어 카메라 미러는 특히 야간에 사람의 눈 보다 밝고 넓게 후방을 비춰줘 안전을 확보하는데 도움이 됐다.
또한 상대적으로 평평한 루프라인으로 2열의 헤드룸을 잘 확보했고 트렁크 크기도 637리터(ℓ)에 이르는 등 컴팩트 SUV의 제한된 공간을 최대한 잘 활용했다.
반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화면 크기가 8인치 대에 그친다는 점과 속도계와 엔진회전계가 아날로그인 점은 프리미엄 브랜드 답지 않은 ‘옥의 티’다.
하지만 XT4의 진면목은 도로 주행에서 드러난다.
2.0ℓ 트윈스크롤 터보자처 엔진과 자동 9단 변속기의 조합은 1825㎏의 자체를 꾸준히 밀어준다. 터보 엔진임에도 불구하고 터보랙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가솔린 모델임을 감안해도 실내 방음 및 방진 수준도 훌륭하다.
컴포트한 서스펜션 세팅은 운전자 혼자나 2인 탑승은 물론 어린 자녀를 뒷자리에 태울 수 있는 20대 후반, 30대 초중반의 소비자들에게 안성맞춤이다. 북악스카이웨이를 타고 팔각정을 오르내리는 와인딩 코스에서도 XT4는 여러개의 과속 방지턱을 부드럽게 넘으면서도 억제된 롤링을 보여줬다.
스티어링휠의 기어비는 여유있게 세팅된 편이어서 코너를 빠르게 파고 드는 맛은 적었지만 코너링 자체는 수준급이었다.
최첨단 주행보조기능(ADAS) 중 어댑티브크루즈컨트롤(ACC)는 부드럽게 차간 거리를 조절해줬지만 차로중앙유지 기능이 없다는 점은 치명적이다. GM의 수퍼 크루즈 기능이 정밀 지도를 필요로 하기 때문인데 국내 규제 해소가 시급한 부분이다. 다만 차로이탈방지 기능도 제때 작동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해당 차량만의 문제인지는 확인이 필요하다.
GV70 등 국산 경쟁 차량과 비교해 XT4는 자동차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주행 감각과 승차감에 있어서는 발군의 실력을 보여줬다. 다만 자동차의 미래라고 할 수 있는 첨단 기능은 다소 부족하거나 완성도가 떨어졌다. 전기차 시대에는 캐딜락이 보다 세련된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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