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증 의혹 김모씨 불기소 의견 10명
고검장 의견 빼고도 기소 불가 의견 다수
사상 네번째 수사지휘 오히려 여권에 역효과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 위증 의혹과 관련해 박범계 법무부장관이 사상 네번째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는 초강수를 뒀지만, 오히려 기소할 사안이 아니라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게 됐다.
대검은 19일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 주재로 대검 부장(검사장급)들과 전국 고검장 6명이 참석한 가운데 2011년 한 전 총리 재판에 증인으로 나섰던 김모씨를 기소할 것인지를 논의했다. 오전 10시께부터 시작된 회의는 이날 오후 11시 30분을 넘겨서 마무리됐다. 표결 결과 10명이 기소가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2명이 기소해야 한다는 의견, 2명은 기권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메랑 된 장관 수사지휘… 불기소 의견 정당성 실려
박범계 법무부장관은 17일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이 사안을 논의할 대검 부장회의를 개최하고, 김씨를 기소해야 한다는 한동수 감찰부장과 임은정 부장검사의 의견을 청취하라고 지시했다. 박 장관은 일단 절차적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수사지휘권을 행사했다는 입장이었지만, 결과적으로 불기소 의견이 압도적으로 나오면서 무리한 대응이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검찰청법상 규정된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은 검찰의 독립성을 해친다는 부담 때문에 거의 행사되지 않는다. 2005년 천정배 법무장관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던 강정구 교수를 불구속 수사하라고 지휘했을 때도 김종빈 검찰총장이 더 이상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며 사표를 던졌다. 이후 추미애 장관이 윤석열 총장을 상대로 2차례 행사하며 수사지휘권을 남용했다는 비판을 받았고, 박 장관이 네번째 당사자가 됐다.
고검장 빼도 불기소 의견이 다수, ‘수사지휘권 남발’ 지적 불가피
여권에서는 조 대행이 대검 부장 회의에 고검장을 참석시킨 게 편법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대검 부장회의를 정한 대검 내규상 검사장급인 부장 외에도 고검장을 참석시킬 수 있고, 박 장관도 반대하지 않았다. 이날 표결에서 불기소 의견이 10표가 나왔다는 것은 고검장들을 모두 제외하고도 불기소 의견이 다수인 셈이 된다.
조 대행은 회의를 주관했고, 조종태 기획조정부장은 간사로 참여했다. 검사장급 대검 부장으로는 이종근 형사부장과 이정현 공공수사부장, 신성식 반부패·강력부장, 고경순 공판송무부장, 이철희 과학수사부장, 한동수 감찰부장이 참여했다. 고검장은 조상철 서울고검장, 강남일 대전고검장, 박성진 부산고검장, 구본선 광주고검장, 장영수 대구고검장, 오인서 수원고검장 등 6명 전원이 출석했다.
대검 부장회의는 강제력이 없다. 하지만 조 대행이 이 사안을 기소하는 게 무리라는 입장이었던 만큼, 이날 나온 결론을 거스를 이유가 없는 상황이다. 기소의견을 주장했던 한동수 감찰부장과 임은정 대검 감찰연구관 역시 불복할 명분을 내세우기는 쉽지 않게 됐다.
애초에 유죄 판단 근거 아니었던 증언… 전세자금 등 다른 증거로 유죄 확정 판결
검찰 안팎에서는 김씨 기소 여부를 따지는 게 무의미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김씨의 증언이 애초에 한명숙 총리 사건에 영향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명숙 전 총리에게 9억원을 공여한 한만호 씨의 구치소 동료 제소자였던 김모 씨는 2010년 4월께 한만호 씨가 ‘한명숙에게 9억원을 제공했다’고 말한 사실을 법정에서 증언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김씨의 증언이 너무 단정적이어서 오히려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사업가 한만호 씨로부터 9억원의 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한 전 총리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하지만 항소심과 대법원에서는 유죄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은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공여자 한만호 씨의 진술, 한만호 씨가 운영하던 회사 자금 장부, 한 전 총리 친동생 전세금에 사용된 수표 내역 등을 토대로 유죄 판결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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