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카(parka)’는겨울철 방한복의 대명사다. 이누이트족의 방한복이었던 파카가 보급용으로 개발된 건 제2차세계대전 직후다. 미군은 보온성과 활동성, 경제성을 모두 갖춘 방한복 외투를 개발, 1948년 M-48이라는 양산 모델을 만들었다. 실제 야전에 보급 가능한 형태가 나온 것은 1951년으로, M-51 피쉬테일 파카가 나왔다. 이 모델이 야전에 처음 보급된 곳이 바로 6.25전쟁 중인 한반도였다.
나일론 사용 제한이 풀리면서 개량형으로 나온 M-63파카는 탈부착 가능한 모자와 깔깔이라고 불리는 방한 내피가 특징이다. 이 둘은 1960년대 영국에서 돌연 전후 세대를 상징하는 문화 코드,‘모드 문화’의 일부가 된다.
정치학박사인 남보람 현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선임연구원이 쓴 ‘전쟁 그리고 패션II’(와이즈플랜)은 전쟁터에서 탄생한 패션, 패션으로 감각하는 전쟁 이야기를 흥미롭게 펼쳐낸다.
양복하면 떠오르는 수트의 기원은 미국 남북전쟁이다. 19세기 중반 영국, 프랑스, 미국 등 서구 군대의 장병은 모두 ‘코티’라는 제복을 입었다. 코티는 19세기 중반을 지나면서 점점 슬림화해 마치 코르셋처럼 꼭 끼는 스타일로 변했다. 그런데 남북전쟁 기간 중 전쟁이 길어지면서 제멋대로 변한 복장을 재정비, 라운드 어바웃이란 재킷을 새로운 복장으로 규정했는데 여기에서 문제가 생겼다, 이 옷에 대해 생소했던 민간에선 재킷 비슷하게 만들어 보내면서 모두 복색이 천차만별이 됐다. 재킷 비슷하게 만든 옷은 둥글둥글하고 품이 넓어 활동성이 좋았는데, 포대 자루처럼 보인다고 해서 장병들은 이 옷을 ‘색코트’라 불렀다. 19세기 말 색코트는 미국 남성용 외출 복장으로 크게 유행했다.
‘군복계의 명품’으로 불리며 화려함을 자랑하는 것은 바티칸의 교황 스위스 근위대의 군복이다. 이들의 복장을 ‘란츠크네히트’라 부르는데, 독일용병이란 뜻의 이 이름의 유래는 중세 유럽으로 거슬러올라간다.
중세 왕가와 귀족들은 자신들을 지켜 줄 용병을 고용했는데, 당시 가장 전투력이 좋아 인기가 좋았던 용병이 스위스 용병, 라이슬로이퍼였다. 그러나 스위스의 용병시장 독점은 1515년 스위스가 중립을 선언하면서 끝이났다. 이 때 등장한 게 독일용병 란츠크네히트였다. 음식, 돈, 맥주, 종교를 위해 싸운 생계형 용병이었던 이들은 전투력이 떨어졌다. 이탈리아 전쟁이 끝나자 이들은 먹고 살 길이 막막했다. 더욱이 스위스 용병이 다시 전면에 나섰고 스페인 용병도 치고 올라왔다. 이들은 유럽 구석의 지방도시, 남미 외곽으로 활동무대를 옮겼다. 이들의 아내와 애인도 같이 전쟁터를 따라다녔는데, 노획한 화려한 색의 옷으로 군복을 덧대거나 이어붙이면서 화려한 군복 패션이 등장하게 된다.
16세기 후반이 오면 이들은 무용 보다는 패션에 더 신경을 쓰는데 17세기 중반 즈음엔 란츠크네히트는 독일 용병이 아니라 용병이 입는 화려한 복장을 의미하는 용어로 굳어진다. 대비가 강한 색의 천을 겹쳐 붙이는 슬래시와 부풀게 하는 퍼프가 특징인 이 옷은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백설공주의 드레스에도 나타난다.
전쟁에 무슨 패션이 있을까 싶지만 패션 역시 몸의 보호와 실용성이라는 옷의 기능을 따르면서 새로운 환경에 맞는 옷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전쟁은 가장 중요한 패션의 장이라 할 만하다.
책에는 모자와 구두 등 전쟁 유래 패션 이야기도 들어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전쟁 그리고 패션II/남보람 지음/와이즈플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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