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 지켜볼 수 없다” 반도체 무한 경쟁 돌입한 미·중·유럽
잇따른 악재 속에 반격나선 한국·대만 “타이밍·인재가 성패 좌우”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올해 슈퍼사이클(대호황)을 맞은 가운데 최근 굵직한 변수들이 잇따라 터지면서 ‘시계제로’ 상황으로 흘러가는 모습이다. 여기에 미중 무역전쟁이 한층 치열해지는 등 급변하는 환경 속에 한국 반도체 업계도 신속하고 과감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이상 지켜볼 수 없다”…반도체 무한경쟁 돌입한 미·중·유럽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총 2조3000억 달러(약 2604조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안 가운데 500억 달러(약 56조원)를 미국 반도체 산업 지원에 배정했다. 이를 통해 자국 반도체 생산에 대한 인센티브와 반도체 관련 연구·개발(R&D)을 확대하고, 이 재원으로 국가반도체기술센터(NSTC) 설립도 추진한다.
미국은 최근 몇 년 동안 한국과 대만 등 아시아 국가들에 반도체 산업 점유율을 빼앗겨왔다. 이번 투자를 계기로 자국 반도체 생산에 대한 본격적인 지원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에 따르면 전세계 반도체 제조업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1990년 37%에서 현재 12% 수준으로 급락했다. 반면 중국은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막대한 지원을 하는 상황이다.
현지 외신들은 “(이번 반도체 산업 지원안이) 미국 내에서 초당적 지지를 얻고 있어, 향후 의회 심사에서 공화당의 협조를 얻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달 23일 글로벌 반도체 기업인 인텔도 약 200억 달러(약 22조원)를 투입해 애리조나주에 반도체 제조공장 두 곳을 짓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을 다시 시작하겠다고 나선 바 있다. 미국 정부의 최근 기조와 동일한 선상에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에 앞서 유럽연합(EU) 역시 “전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2030년까지 20%로 끌어올리겠다”는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다.
‘선두투자’ 한국·대만 잇딴 악재 속 반격 나서…“타이밍·인재가 좌우”
이 같은 각국의 움직임에 대응해 선두주자들도 대응을 서두르고 있다. 글로벌 파운드리 1위인 대만 TSMC는 천문학적 투자를 결정하면서 ‘패권 굳히기’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대만 TSMC가 반도체 생산 능력 확대를 위해 향후 3년 간 총 1000억 달러(약 112조7600억원)를 투입한다”고 보도했다.
마크 리우 TSMC회장이 고객사에 보낸 편지에 따르면 TSMC는 지난 1년간 공장 가동률이 100%에 달할 정도로 ‘풀 가동’을 하고 있으나 수요가 공급을 추월하는 상황이다. 리우 회장은 “TSMC는 수 천명의 직원을 신규 고용하고 새 공장도 건설중이라며 내년초부터 웨이퍼 가격 인하를 중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한편 천문학적 투자 경쟁에도 불구하고 시장에 악영향을 미치는 재해도 잇따르고 있다. 대만언론에 따르면 전날 오전 9시50분께(현지시간) 대만 북부 신주(新竹) 과학단지내 TSMC 12공장에서 불이나 정전사태가 이어졌다. 불이 난 곳은 TSMC의 연구개발 및 시험 양산 공장으로 파악됐다.
TSMC 측은 “생산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12공장의 완전 가동에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3나노미터 공정 등 선진 제조 공정 연구개발에 대한 영향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대만은 현재 심각한 물부족 상황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4일 대만 정부는 수십 년래 최악의 가뭄을 6년 만에 물 부족 적색경보를 발령하고, 타이중에 있는 두 곳의 주요 산업단지에 물 공급을 15% 줄인다고 밝혔다. TSMC와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의 공장이 모두 타이중에 위치해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텍사스주 오스틴 공장이 지난 2월 북극발 한파 여파로 가동이 중단됐다가 지난달 말부터 겨우 가동에 돌입한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170억 달러(약 19조원) 규모의 첨단 반도체 공장 증설 계획을 두고 오스틴 당국과 세제 혜택 등 막바지 인센티브 협상을 진행 중이다.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부회장은 “세계 주요국들의 반도체 산업 육성 경쟁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는 만큼 우리는 과거의 성공에 취해 있어서는 안 된다”면서 “반도체 산업의 주도권을 놓치면 국가 경제 전체가 크게 흔들릴 수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타이밍·인재가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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