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씨티은행 투자자문부
김재현 포트폴리오 카운슬러
2020년 글로벌 증시는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 붕괴를 막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이 시행한 대규모 통화정책 노력과 재정정책 지원에 힘입어 드라마틱하게 상승했다. 코로나19 위기로 전세계의 생명이 위협받고, 기업활동은 큰 타격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주식(MSCI ACWI 기준)은 16.5% 상승 하면서 지난해 1분기에 있었던 끔찍한 시장 하락은 투자자들의 기억 속에서 점점 사라졌다. 미국 증시는 주요 선진국 시장의 상승을 주도했고, 이머징 마켓은 중국증시 상승에 힘입어 선전했다.
조금 더 세부적으로 주식시장을 들여다 보자. 2020년 한 해 동안 주요 섹터 및 투자 스타일 별 성과는 팬데믹 영향을 고스란히 반영했다. IT로 대표되는 기술주는 사회적 거리두기 환경에서 오히려 수요가 크게 증가하며 급등했고, 마이너스(-) 유가는 에너지 업종의 주식 폭락으로 이어졌다. 또한 유틸리티, 부동산 등 전통적인 방어주로 여겨져 왔던 섹터는 약세를 보였다. 이러한 상황은 성장주에 우호적인 경향이 있는 초 저금리 환경과 결합되어 더욱 가속화 됐다.
시장의 분위기 반전은 2020년 11월 이후 코로나 19 바이러스 백신 개발이라는 소식과 함께 찾아 왔다. 백신 개발 성공 소식에 투자자들은 팬데믹 상황 종료에 대한 희망을 갖기 시작했고, 그 결과 경제가 빠른 속도로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로 그 동안 부진을 면치 못했던 가치주가 반등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그 동안 소외되어 왔던 에너지, 은행, 중소기업들의 주가가 큰 폭으로 반등하면서 가치주의 상승을 주도하며, 성장주의 성과를 앞섰다.
백신 개발과 함께 최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9000억 달러 규모의 경기 부양책 연장을 승인한지 불과 3개월만에 1조 9000억 달러 규모의 세번째 긴급 부양책에 서명했고, 이로 인해 투자자들의 글로벌 경기회복 기대감은 더욱 커졌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그 동안 빠르게 상승한 피로감 때문인지 급속한 경제 회복이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그 동안 시장을 지탱해 온 통화 완화 정책을 예상 보다 빨리 정상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으면서 지난 2월과 3월 채권 시장을 혼란에 빠뜨렸다. 급기야 10년물 미국 국채 금리는 2020년 1월 18일 이후 처음으로 1.75%를 상회하며, 채권 금리 급등으로 이어졌고, 이는 다시 기술주의 하락을 주도하면서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키웠다. 이밖에도 글로벌 경제가 포퓰리즘, 중국과 서구 사이의 지정학적 긴장 고조, 부채 증가 등 여전히 수많은 장애물을 앞에 두고 있기 때문에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무엇보다도 변동성 점검이 더욱 필요한 때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21년 3월 23일 기준 주식거래 활동 계좌는 4022만개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말 기준 주민등록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20세 이상 인구는 4321만명이다. 성인 1인당 1개꼴로 주식 계좌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3월 6일 3000만 개를 넘어선 주식 계좌 수는 1년만에 1000만개가 더 늘었다. 특히 20~30대 젊은 층의 주식투자가 많이 증가 했다.
신용융자잔고 또한 무서운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21년 3월30일 기준 신용융자잔고는 20조235억원을 돌파했고 이는 지난해 같은 시기의 6조578억원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차입을 통한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의 경우 조그만 외부 충격에도 큰 영향을 받을 수 있고 회복할 수 없는 손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최근 이에 대한 경고의 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투자를 할 때 가장 먼저 선행 되어야 하는 것이 투자자 자신의 투자 성향에 대한 정확한 파악이다. 과연 우리는 자신의 투자 성향을 어느 정도 정확하게 파악을 하고 있는 것일까? 투자 성향을 결정하는 요소는 매우 다양하지만,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바로 위험감내도라고 할 수 있다. 즉, 내가 어느 정도의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가? 내가 어느 정도의 손실을 감수할 수 있는가? 가 바로 나의 투자 성향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하지만, 이것 역시 시장 분위기에 따라 달라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주식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는 경우, 생각 보다 많은 투자자들의 자신의 투자성향을 과대평가하곤 한다. 가격의 하락에 대해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얼마든지 손실을 감내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투자라는 것이 때로는 과감 해야 할 때도 있지만, 결코 자만해서는 안된다. 자신의 투자성향을 냉정하게 파악하고 그에 맞는 상품을 선택해 투자해야 하는 것이다. 아무리 초저금리인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본인의 투자성향을 무시한 채 ‘영끌’ 이나 무리한 ‘빚투’는 시장이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경우, 자산가치의 하락은 물론 자금이 묶이게 돼 유동성 부족으로 경제적 고통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황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반드시 자신의 투자성향부터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투자를 하다 보면, 투자자들은 늘 시장의 변동성에 노출돼 있다. 특히, 큰 폭의 시장 하락은 투자자에게 엄청난 불안감을 줄 수 있다. 따라서 투자자들이 해야할 것은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을 줄이는 것이다. 시장의 조정은 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조정을 아무렇지도 않게 여길 수 있을 정도의 변동성을 가져가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못할 경우, 불안한 마음에 잘못된 의사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0년 2월과 3월 코로나19로 인한 큰 폭의 하락 기간에 주식을 처분한 투자자들은 생각 보다 빠르고 견조한 시장 회복 기간에 참여하지 못하고, 확정된 손실을 안은 채 상승장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시장이 언제 오르고 떨어질 지는 아무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투자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참을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참을성은 변동성이 작은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놓았을 때 더 잘 작동하게 되고, 극심한 변동성 속에서도 투자자로 하여금 투자를 유지해 나가 결과적으로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는 요소가 되는 것이다.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은 포트폴리오내 보유 자산을 상관관계(correlation)가 낮은 자산으로 구성함으로써 낮출 수 있다. [그림1]은 상관관계가 낮은 대표적인 자산인 주식과 채권 두 개 자산의 단순한 조합만으로도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을 낮출 수 있음을 보여 주는 예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주식이 다른 자산에 비해 월등한 성과를 보이지만, 그 과정을 보면 상대적으로 등락이 심하다는 것을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것이다. 반면, 투자 등급 채권의 경우 같은 기간 동안 주식에 비해 수익률은 낮지만, 변동성은 훨씬 낮다. 또한 이 두개의 자산을 50:50으로 구성할 경우, 변동성을 줄이면서 어느 정도 수익률 향상도 꾀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상관관계가 낮은 자산을 통한 포트폴리오 구축은 결국 포트폴리오의 위험조정수익률을 개선 시키는 효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투자자들이 장기적으로 투자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당신이 50% 잃으면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서 100%의 수익을 올려야 한다” 또는 “만약 투자자가 몇 개 커다란 손실을 없앨 수 있으면 좋은 성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다”라는 투자 격언처럼 곤경에 빠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몇 개의 큰 재난을 피하면 나머지는 복리 효과가 모든 것을 해결 해 줄 것이다. 지금은 투자자 본인의 투자성향을 잊고 수익률에만 집중한 채 지나치게 단기적으로 특정 자산에 집중된 투자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를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고, 변동성 확대에 대비한 효율적인 포트폴리오 구축을 위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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