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MBC 사극 ‘대장금’(2003)은 중동에서 가장 큰 인기를 끌었다. 이란에서 2007년 방송된 ‘대장금’은 무려 90%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수라간 나인에서 어의가 되는 장금의 성공스토리는 중동 여성들에게 자신감과 위안, 희망을 심어주었다. 한 어린 중동 여성은 주인공인 이영애를 정신적인 멘토로 삼고 있다고 했다. ‘대장금’은 이란 등 중동에 한국음식을 전파하기도 했다.

또 방탄소년단은 2019년 10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비아랍권 가수로는 최초로 스타디움 콘서트를 개최했다. 현장은 검은 아바야를 입고 환호하는 수만 명의 여성으로 가득찼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문화개방을 발표한 뒤 사회 문화 부문 규제를 완화하며 BTS를 초청했다. K팝이 이끄는 중동 한류는 이미 본격화됐다.

그럼에도 이슬람 문화권은 우리에게 다소 이질적이고 여전히 낯설다. 높은 소비시장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이슬람 문화권은 한류의 다음 진출지로서 접근이 필요하다.

최근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발간한 ‘2020 한류, 다음’은 이슬람 문화권속 한류 담론을 담은 의미있는 연구서다.

한류 콘텐츠에서 간접적으로 접하던 한식을 직접 체험해보고 싶다는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한식이 샤리아 율법에서 허용한 ‘할랄’에 부합하는지 따져야 한다. 이 책에서는 할랄 인증 체계를 세우며 공신력을 확보해 세계 할랄 산업의 허브로 부상한 말레이시아와의 협력 현황과 함께 현지 할랄 산업의 주요 고객인 무슬림 청년들의 소비 동향을 촘촘히 살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사우디 비전 2030’을 추진 중이며, 현지 사회는 대변혁의 시기를 겪고 있다. 여성들은 더 이상 보호받아야 할 존재가 아닌, 문화를 향유할 적극적 주체로 재탄생했다. 이 지점에서 한류는 소수자를 향한 차별을 줄일 기폭제가 될 수 있다. 한류를 통해 문화 향유의 자유를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접근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란에서도 한류는 단순한 외국의 문화가 아닌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고 통제에 저항하는 의식적 행위로 평가할 수 있다.

아랍에미리트는 전 세계인의 문화·예술·관광의 수도이자 허브가 되려고 한다. 한류와 연계된 이벤트의 유치는 아랍에미리트의 국가 이미지를 제고하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 온라인 공간에서 영향력을 더욱 확대하는 한류가 다민족, 다문화 국가 아랍에미리트 수용자들에게 소비되는 방식을 인터뷰 형식을 빌려 수록했다.

‘2020 한류, 다음’은 무슬림 국가들의 종교를 포함한 사회문화적 맥락과 한류 수용 환경을 다루며 문화교류 전략 수립과 향후 한류의 방향성 설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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