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수민 기자]최근 대법원이 지난해 3만6000건에 이른 상고 사건 접수 건수가 지나치게 많다며 ‘상고법원’ 설립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가운데 하급심을 강화하면서 ‘상고 제한 제도’를 운영하는 해외의 사례들이 제시돼 주목된다.

서창식 입법조사관은 최근 ‘해외 주요국의 상고 제한 제도와 시사점’ 논문을 통해 대법원의 주장에는 상고 남발의 이유에 대한 고민이 빠져있다는 비판과 함께 미국, 영국, 독일, 일본, 프랑스 등의 국가에서 운영하는 ‘상고 제한 제도’를 대안으로 거론했다. 이들 국가에서는 원심 판결의 판단 이유에 중대한 문제가 있는 등 특정한 기준에 해당할 경우에만 상고를 가능케 하는 ‘상고 제한 제도’를 운영해 처리해야 할 사건 수를 조정한다.

논문에 따르면 이 같은 제도를 통해 미국은 매년 약 1만건에 이르는 상고 신청 중 1%도 되지 않는 90건 미만의 사건들만 상고심을 거치도록 한다. 영국도 2009년~2013년 동안 총 871건의 상고 신청이 있었지만 이 중 261건만을 허가해 연 평균 65건 정도의 상고 사건만 처리토록 하고 있다.

형사와 민사를 나누어 상고 제한 제도를 운영하는 일본과 독일의 경우도 상고 사건으로 심리되는 건수는 많지 않다. 일본은 형사 사건은 상고가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거의 없고 민사 사건도 연 2.5% 미만으로 상고가 허가된다. 독일도 형사 사건 상고 신청의 25% 정도만 수리해 상고 남발과 업무 과중을 막고 있다.

서 입법조사관은 “그럼에도 이들 국가에서는 이렇듯 강력한 상고 제한을 국민들이 큰 이견없이 수용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것이 가능한 이유로 “1ㆍ2심을 강화하는 사법체계와 그에 따른 하급 법원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깊기 때문이라는 견해가 일반적”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