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올해 최대의 이슈는 ESG(환경·사회적 가치·지배구조, Environment·Social·Governance) 경영이다. 효율성과 수익성을 지향하는 전통적 경영 방식에 더해 공익성과 사회적 가치까지 포괄하는 원칙이 정도경영의 큰 축이 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이에 대해 대체적으로 이견이 없어 보인다.

공공부문에서 ESG 경영은 이미 ‘사회적 가치’라는 이름으로 상당히 보편화되고 정착기에 접어들었다. 정부의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도 안전, 환경, 윤리, 인권, 상생, 균등 등의 가치들이 생산성, 매출, 수익, 재무성과 등 전통적 평가지표들보다 더 높은 비중을 점유하고 있음이 그 증거다.

여기서 좀 더 실천적인 연구가 필요한 영역은 공공부문의 지배구조(Governance)에 대한 바람직한 개념 정립과 방향성이다. 특히 공공분야 중에서도 에너지 유틸리티에 관해서는 좀 더 신중하고 체계적인 지배구조 검토가 필요하다. 에너지산업은 다른 공공 영역보다 국민의 생활과 환경, 그리고 국가의 산업 경쟁력에 미치는 파급력이 월등히 지대하기 때문이다.

최근 전통적인 화력이나 원자력에 대한 대안적 발전원으로서 재생에너지가 거론되고 있는데, 바람직한 발전원에 대한 논쟁에 있어 단순히 에너지 유틸리티들의 사회적 가치(Social) 제고나 환경 경영(Environment) 노력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의 한계가 있어 보인다.

유틸리티산업 내외부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이 시스템적으로 수렴되는 지배구조의 변화가 있어야 갈등이 봉합된 정책 결정이 가능하다. 특히 화석연료에 기반한 발전의 환경 공해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일반 국민도 당연히 의사결정의 주체로 인정받아야 한다.

에너지 유틸리티들의 정책 결정에는 사실상 지배주주인 정부의 정책 방향이 절대적일 수 밖에 없지만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사내외 이사진들이 각계각층의 상반된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어야 하고, 발전시설이나 송전망이 건설된 지역의 주민·상인 등 이해관계자들도 전력 유틸리티의 정책 결정에 제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실행을 앞두고 있는 연료비 원가 연동제나 실시간 에너지 요금제 등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피크 부하와 수요 반응(DR)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기 위한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와 에너지 수급의 정보화와 에너지 산업의 국민 경제 기여를 위한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증강현실, 전력 빅데이터 분석 등 4차 산업혁명 기술 전문기관들의 유틸리티 지배구조에서의 역할도 보장되어야 한다.

에너지 유틸리티들도 이해관계자들을 제도적으로 참여시키는 지배구조를 시스템화하여야, 복잡하고 구조화된 사회적 갈등과 다양한 에너지산업 발전 방향을 용광로처럼 녹여 낼 수 있다. 성가시고 절차만 복잡해진다고 거부할 일이 아니다. 이미 세상은 ESG 경영이 옳다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고, 에너지 유틸리티들도 여기에 뒤처지게 되면 국민의 외면과 저항만 직면하게 될 것이다.

에너지 유틸리티들의 효율적이고 효과적이며 실질적인 지배구조 시스템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것이다.

조용래 한전KDN 전략기획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