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
눈에 띄게 안정된 미국 시장금리는 이례적이다. 인플레이션 우려 속에서 금리 안정은 주식시장에 대한 기대를 유지하고 다른 위험자산 가격을 올리는 중요한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관건은 금리 안정의 지속 여부다. 우리는 미국 시장금리 안정의 해답을 일관되게 1차 바이든 부양책에서 찾고 있다. 급등하던 금리가 3월 바이든 부양책이 집행되기 시작한 직후 안정 국면으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어떤 메커니즘이 작동한 것일까? 미국의 재난지원금 사용 관련 설문조사를 보면, 지원금의 80%가 부채상환이나 저축에 사용되고 20% 내외만 소비된다. 관건은 금융기관으로 환류된 80%에 있다. 결국 초과저축에 따른 유동성 홍수가 안정된 금리의 배경이다.
이 유동성의 출발이 부양책의 집행이었다면 집행이 끝나는 시기는 지금의 금리안정 국면이 마무리되는 시기일 가능성이 높다. 1차 바이든 부양책이 현재 속도로 집행되면 단기 부양책은 8월 중순에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8월 이후 금리가 다시 오를 가능성이 있다. 주식시장의 흐름도 이 시기를 전후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현재 미국 금리를 안정시키는 초과유동성의 존재는 4월 이후 급등한 뉴욕 연준의 역레포(환매조건부약정)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역레포는 연준이 보유한 채권을 향후 다시 사들이는 조건으로 금융회사나 단기펀드에 팔아 시중 유동성을 일시적으로 흡수하는 거래 방식이다. 최근 역레포의 급등은 투자처를 찾지 못한 단기 유동성이 연준에 되돌아간 것으로 단기간에 금융기관이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유동성이 몰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당연히 이 유동성의 출발점은 미국 정부다.
흥미로운 것은 부양책 집행 후 역레포 흐름을 미 연준이 유도했다는 점이다. 부양책 집행 직후 열린 3월 FOMC 회의에서 연준은 하루 기관별 역레포 한도를 300억 달러에서 800억 달러로 확대했다. 이미 시중은행에 지급준비금이 많이 쌓여 있었고 부양책 집행으로 늘어나는 초과유동성을 흡수할 필요성이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 조치로 인해 4월 이후 연준은 초과유동성의 일부를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그런데 이 조치는 지난 2014년을 연상시킨다. 역레포 한도를 크게 증가시킨 조치는 2014년 1월에 이뤄졌고 당시 역레포의 급증은 테이퍼링의 시작이었다. 1차 테이퍼링은 2014년 1월 시작해 9월 마무리됐지만 2차 테이퍼링이 시행되는 2017년 10월까지 역레포는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는 중요한 도구로 작동했다.
지금도 금융시장은 미 연준의 테이퍼링 시행 및 발표 시기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나 차분하게 생각해 보면, 용의주도한 미 연준의 실질적인 테이퍼링은 어쩌면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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