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을 움직이는 동력이 급변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시장의 화두는 ‘경기회복’과 ‘인플레이션’, ‘긴축’이었다. 인플레이션은 경제의 수요가 건실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고, 중앙은행의 긴축 역시 경기의 과열을 막기 위한 처방이다. 그러나 이달 들어 시장의 색깔이 바뀌고 있다.
먼저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이 지난 19일 1.19%까지 하락했다. 연중 최고치 1.74%와 비교하면 레벨 자체가 바뀌었다고 평가해도 과하지 않을 급락이다. 중국 인민은행도 이달 들어 지급준비율을 인하했다.
미국의 장기금리 하락과 중국의 지준율 인하엔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투영돼 있다. 특히 중국의 지준율 인하는 글로벌 경제의 회복 사이클과 관련해 중요한 함의가 있다. 중국은 코로나 이후 경제가 가장 빠르게 회복된 국가다. 빠르게 반등하던 중국 경기 사이클의 정점은 올해 2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2분기 GDP성장률도 시장의 기대치를 소폭 하회했지만, 전기사용량, 철도운송량, 신규대출 등이 2분기 후반으로 가면서 확연하게 꺾이고 있다. 중국의 지준율 인하가 코로나 공포가 극에 달했던 지난해 1월, 3월, 4월에 단행됐던 것처럼 지준율은 경기가 나쁠 때 내리는 경우가 많다. 인민은행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기업들의 자금부담을 줄이기 위한 목적이라고 밝혔지만, 원자재 가격은 이미 하락하고 있다. 가장 먼저 경기 바닥을 확인한 중국 경기의 정점 통과 조짐은 글로벌 경기 전반의 회복 사이클이 그리 길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연말로 갈수록 경기 둔화가 시장의 화두가 될 것이다.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주식시장의 우려도 완화될 것이다. 물론 미국의 연방준비제도는 연내에 양적완화를 축소하는 테이퍼링을 시작할 것으로 보이고, 한국은행은 이르면 다음달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고 본다. 중앙은행들의 이러한 움직임은 ‘긴축의 강화’보다 ‘비정상의 정상화’로 봐야 한다. 하반기에 경기가 둔화되더라도 작년과 같은 비상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통화정책은 정상화하는 게 옳다. 특히 한국은 중앙은행이 빨리 움직이지 않을 경우 금리 인상의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시장을 이끄는 주도주는 확연히 바뀔 것이다. 올해 세계 증시의 큰 흐름은 ‘리플레이션 트레이드’였다. 최근 물가 급등도 경기 회복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현상으로 치부하면서 나타났던 경기민감주의 상대 강세가 리플레이션 트레이드의 내용이었다. 연말로 갈수록 경기민감주 주가는 약해질 가능성이 높고, 주도주의 바통은 다시 성장주들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빅테크 기업들은 높은 밸류에이션 부담과 규제 리스크에 노출돼 있지만, 그래도 경기 둔화 국면에서는 경기민감주 대비 성장주의 상대 강세를 염두에 두는 게 좋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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