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러뱅(interrobang). 물음표와 느낌표가 합쳐진 ‘물음느낌표’다. 의심(?)으로 시작해 놀라운 성과(!)로 끝나는 아이디어 창출과 혁신의 상징으로 통한다.
농촌진흥청은 2011년 1월부터 2주에 한번씩 ‘RDA 인테러뱅’이란 이름의 책자를 발행하고 있다. 농식품 분야의 특정 주제를 잡아 역사를 이야기하고, 상품성을 논하고 시장 현황까지 재미있게 풀어놓는다. 지금까지 135호가 발행됐다.
2014년 8월 20일 발간된 130호 인테러뱅에서는 맥주를 소개했다.
[헤럴드경제=신창훈 기자] 맥주는 보리의 기원지인 비옥한 초승달지역 메소포티미아에서 우연한 기회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티그리스 강과 유프라테스 강 유역에서 이집트 나일 강에 걸쳐 있는 평야 지대다.
보리와 밀로 만든 빵을 주식으로 하던 수메르인들이 우연히 물에 젖은 빵이 발효된 것을 먹어본 것이 맥주의 시초라 짐작된다. 인류의 가장 오래된 기록문학으로 평가받는 수메르의 ‘길가메시 서사시’에도 원시인이 맥주를 먹는 내용이 수록돼 있다.
수메르 문명의 뒤를 이은 바빌로니아에서는 1000km나 떨어진 이집트로 수출할 정도로 맥주산업이 발달했고, 최초의 성문법으로 알려진 ‘함무라비 법전’에는 맥주의 제조, 판매, 품질관리와 관련한 4개 조항이 있었다.
함무라비 법전에는 일반 노동자에게 매일 2리터, 관리는 3리터, 성직자들과 고위 관리에게는 5리터의 맥주를 배급하고 외상 술값은 가을에 곡식으로 정산했다고 적혀 있다. 이런 내용도 있다.
▷술집 여인이 맥주의 양을 속여팔면 물에 던져버리는 엄벌에 처한다
▷범죄자를 맥주 집에 숨기고 신고하지 않는 주인과 수도원에 거주하지 않는 승려가 맥주 집을 내거나 주점에 출입하면 화형에 처한다
▷맥주 60실라(silaㆍ약 0.5 리터)를 외상으로 주면 곡식으로 50실라를 받도록 하고 술에 물을 탄 술집 주인은 그 술을 모두 마시는 벌에 처한다.
수메르의 영향을 받아 맥주를 제조하기 시작한 이집트에서 맥주는 음료이자 신에게 바치는 공물이며 화폐와 같은 역할을 했다.
기록문화가 발달했던 이집트는 벽화와 기록을 통해 음주의 기록을 다양하게 남겨 놓았다. 도수가 높은 것은 궁중과 신전에, 도수가 낮은 것은 서민에게 주었고 맥주를 빚는데 들어간 재료와 시간도 꼼꼼히 기록했다.
고대 이집트인들의 맥주 사랑은 도를 넘었다고 전해진다. 음주에 대해 너그러워 심하게 취할 수록 품위가 있다고 여겼다. 실제로 많은 벽화에서 술을 마시고 구토하는 그림이 발견됐다.
이집트의 영향을 받은 그리스에서도 맥주를 마시긴 했으나 와인이 일상화되면서 격이 낮은 술로 취급되기 시작했다.
로마는 고대에서 중세까지 존속하면서 이집트, 그리스의 맥주 제조법과 문화를 유럽 전역에 전파했다. 로마의 역사가인 타키투스의 저술 ‘게르마니아’를 보면 맥주에 대한 언급이 처음 나온다.
맥주 제조기술을 전수받은 게르만족의 땅은 메소포타미아나 이집트와 달리 ‘두줄보리’가 많이 재배되던 지역이다. 이 두줄보리의 존재로 게르만족은 많은 종류의 맥주를 만들어 먹게 되는데, 이 때 가장 큰 기여를 한 사람이 사를마뉴(카를) 대제다.
사를마뉴 대제는 자신의 신하를 수도원장으로 파견하고 세속 지위인 영주로 인정했다. 또 각 지역의 맥주 양조를 지원하고 세금을 맥주로 징수했다.
수도원은 근대 이전까지 종교의식과 학문의 중심지 뿐 아니라 맥주 산업의 ‘메카’였다. 수도원의 맥주 기술이 민간에 전수되고 상업화된 것이다. 현재 전통 수도원 맥주는 7곳만 남아 있다. 벨기에의 ‘레페’, 독일의 ‘파울라너’ ‘바이헨슈테판’ 등이 대표적으로 수도원 맥주에서 유래했다.
오늘날 맥주 제조법의 기초가 된 법령은 독일(프로이센)의 왕이었던 빌헬름 4세가 1516년 제정한 ‘맥주 순수령’이다. 수도원에 집중돼 있던 맥주에 관한 양조권을 국가로 귀속시킨 사건이다. 여기서 맥주의 재료로 보리맥아, 홉(Hop), 물만 사용토록 지정해 현대 맥주의 기초를 확립했다. 지금도 독일은 이 규정을 따르고 있다.
맥주의 핵심 재료인 ‘홉’은 마당 또는 정원을 뜻하는 독일어로, 원래는 독일 바이에른 지방에 있는 ‘호프브로이하우스’라는 옛 궁정 양조장에서 유래된 말이다. 맥주 특유의 쌉쌀한 맛과 독특한 향을 내게 하고 부패를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
전 세계의 맥주 소비량은 2012년 기준 1억8737만kL(3747억 병)다. 이 중 아시아는 한 해에 1242억 병이 소비되는 곳으로 세계 맥주 시장 점유율이 33.2%에 달한다. 전 세계에서 맥주 소비량이 가장 많은 나라는 중국이며, 태국과 인도는 시장 성장세가 가장 빠른 곳이다.
유럽은 맥주의 대명사인 ‘라거’와 ‘에일’이 탄생한 곳으로 연간 맥주 소비량이 1045억 병에 달하는 시장이다. 그 중 독일은 세계 시장의 90%를 차지하는 라거 맥주의 본고장이다. 연간 소비량이 167억 병으로 단연 유럽 최고다.
우리나라에서 맥주는 전체 주류 출고량의 58.2%, 매출액의 54.3%를 차지하는 주류 산업의 노른자다. 매출액은 약 4조1000억원으로 2위인 소주에 비해 약 1조원이 더 큰 시장 규모를 자랑한다. 최근에는 국내 맥주 맛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면서 외국산 맥주 수입이 급증하는 추세다.
올해 상반기에 수입된 맥주의 국적을 살펴보면 일본(25.7%), 네덜란드(16.5%), 독일(14.6%), 중국(9.4%) 순이다.
최근 보리 주산 단지를 중심으로 로컬푸드 개념이 도입된 지역특화 맥주 산업이 추진되고 있다. 우리 보리만을 이용한 제주 맥주 ‘제스피’를 선두고 고창, 김포, 홍천 등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이와 함께 관광산업과 연계한 맥주 축제가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chunsim@heraldcorp.com
출처: RDA 인테러뱅 130호
박종철ㆍ 김상민ㆍ김경호ㆍ박광근(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chunsim@heraldcorp.com
![4000만원 낼 세금을 1억 넘게 물다니…‘상속세 0원’이라도 꼭 신고해야 하는 이유 [이세상]](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3/news-p.v1.20260903.e72e37cbc9ac475abd6197c15b096a38_T1.png?type=h&h=240)
![앤트로픽 IPO는 시작일 뿐…AI 모델 ‘골라주는 시장’ 커진다 [서학개미 주식회사]](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3/rcv.YNA.20260813.PRU20260813276001009_T1.jpg?type=h&h=240)
![“교과서 미래엔 AI가 있다”…‘AI 공장’된 미래엔 세종공장 [그 회사 어때?]](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2/news-p.v1.20260821.9213ff47283443e4aeec745e2b971c31_T1.jpg?type=h&h=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