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저작권자라도 다른 교수 허위 등재했다면 처벌 대상
저작권법은 원 저작자 권리 외에 대중의 신뢰도 보호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다른 학자의 책을 저자명만 바꿔 새로 출판하는 일명 ‘표지갈이’에 도움을 준 원 저작자에게 유죄가 확정됐다. 대법원은 허위로 저작자로 이름을 올린 당사자 뿐만 아니라, 이 행위를 승낙한 원 저작권자도 처벌 대상이라고 판결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교수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8일 밝혔다.
재판부는 저작권법상 형사처벌 규정이 저작권자의 인격적 권리를 보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기술한 사람이 누구인가에 대한 사회 일반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입법 취지를 고려하면, 저작자 아닌 자를 저작자로 표시해 공표한 이상 범죄는 성립한다”며 “실제 저작자가 범행에 가담했다면 저작권법 위반죄의 공범으로 처벌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국내 대학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로 재직하던 A씨는 2010년 7월과 2012년 9월, 2015년 3월 세 차례에 걸쳐 발행될 예정인 전공서적에 실제 저술에 참여하지 않은 교수들의 이름을 공동저자로 올려준 혐의로 기소됐다. 허위 저작자들은 책 내용은 그대로 유지한 채 자신들이 책을 낸 것처럼 따로 서적을 출판하는 일명 ‘표지갈이’를 하기도 했다.
A 교수는 자신이 정당한 저작권자이고, 다른 교수들의 요청을 들어준 것에 불과해 저작권법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저작권법은 저작권자를 보호하는 것 외에 대중의 신뢰를 보호하고자 하는 측면도 있다”며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항소심도 “그동안 일부 대학교수들 사이에 실제로는 공저자가 아님에도 부정한 사익을 추구하고자 타인의 저서에 자신들의 이름을 공저자로 추가하는 잘못된 관행이 존재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관행을 근절하기 위하여도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며 1심 결론을 유지했다.
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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