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시간이 사반세기 전으로 거꾸로 되돌아간 느낌이다. 평창동계올림픽 분산 개최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1987년 6월 민주항쟁 때 생각이 떠올랐다. 연초에 터진 서울대생 박종철군 고문치사사건으로 촉발된 민주화 운동이 6월들어 일반 ‘넥타이부대’들도 학생들과 함께 거리시위에 합세하면서 한국 상황은 대단히 불안했다. 이때부터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이 서울올림픽 개최 유보와 반납 가능성이었다. AP, 뉴욕 타임스 등 서방 언론들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고위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 “한국의 상황이 더 악화된다면 서울 올림픽 개최가 힘들 수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공동 개최 주장에다 한국 정치위기로 인한 올림픽 반납설 등이 터져 나오자 박세직 서울올림픽 조직위원장 등은 전두환, 노태우 등 당시 실력자들과의 협의를 통해 서울올림픽 개최 유보는 결코 있을 수 없음을 대내외에 확고히 밝히고 정상적인 올림픽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결과적으로 12년만에 동서화합을 이룬 서울올림픽을 역대 최고의 올림픽으로 성공시킬 수 있었다. 이달 초 갑작스레 불거진 평창동계올림픽 분산 개최 논란은 서울올림픽 때와 비교해보면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분산 개최 논란의 원인은 외부에서 보다는 내부에서 생겼다는 사실을 직시해야한다. 막대한 재정부담과 환경파괴에 따른 올림픽 위기론을 돌파하기 위해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마련한 IOC 개혁안 ‘어젠다 2020’의 첫 시험대로 평창동계올림픽을 꼽고 “썰매 종목을 치를 수 있는 해외경기장 리스트 12곳을 평창 조직위원회에 건네줄 예정”이라고 IOC측이 언급하면서 평창동계올림픽 분산 개최 논란이 촉발됐으나 실제로는 이미 국내서 이러한 여론이 상당히 파급된 상황이었다. 적자 올림픽을 우려하는 정부의 경기장 축소와 예산 삭감 방침, 이에 ‘올림픽을 차라리 반납하겠다’는 강원도의 감정적인 반발, 올림픽 시설에 따른 환경 파괴에 반대하는 일부 시민단체와 환경주의자 등의 주장들이 겹치면서 3년 앞으로 다가온 평창동계올림픽 준비작업은 결코 순탄치 않았던 것이다. 이같은 국내서의 국론분열과 대립 등은 IOC에 평창동계올림픽 분산개최에 대해 명분을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 대외적인 여건이 3년전 유치 때보다 많이 나빠진 것은 사실이다. 급격한 유가하락으로 세계 경제가 불안하고 소치 동계올림픽이 막대한 예산 투자로 러시아 정부에 큰 부담을 안겨주는 것을 지켜보면서 ‘경제올림픽’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높아졌다. 하지만 올림픽을 유치할 때 명분이 결코 사라진 것만은 아니다. 동계올림픽 개최가 한국이 선진국으로 진입하는데 상징적 계기를 마련해주고, 국가 브랜드 향상을 통해 국력과 국격을 전 세계에 떨치고 정치, 사회, 경제, 문화적으로 한 단계 재도약할 수 있게 한다는 점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중앙정부와 민주당 최문순 지사가 이끄는 강원도가 자신들에게 유리한 명분이나 당리당략보다는 오직 국민과 강원도를 위하여 평창동계올림픽을 치른다는 유치 당시의 열정과 사명감을 갖고 서울올림픽 때 발휘했던 지혜와 전략을 활용했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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