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10시간 굶어” 분유·기저귀 훔친 40대 미혼모, 경찰이 한 행동은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넉넉하지 않은 가정형편을 등에 이고 대형마트를 돌며 분유, 기저귀 등을 훔친 40대 미혼모에게 경찰이 도움 손길을 건넨 사연이 소개됐다.

2일 강원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3월23일 원주시 관설동 한 대형마트에서 한 여성이 물건을 훔쳤다는 112 신고가 들어왔다.

당시 A 씨는 분유와 기저귀, 식료품 등 약 17만원 어치 물품을 들고 계산 없이 마트에서 나가려다 보안요원에게 붙잡혔다.

A 씨는 현장에 온 경찰에게 "조리원에서 막 나온 아기가 10시간 동안 밥을 못 먹었다"고 했다. 이어 "수중에 돈이 하나도 없어 잘못된 걸 알고서도 분유 등을 훔쳤다"고 털어놨다.

A 씨는 이전에도 절도 범죄를 2차례 저질러 각각 벌금형을 선고 받았지만, 돈이 없어 벌금 미납자가 돼 수배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 함께 온 치악지구대 소속 고탁민(34) 경사는 A 씨의 말을 처음에는 의심스럽게 들었다.

고 경사는 A 씨와 함께 그가 살던 원룸을 방문했다. 그 안에서 울고 있는 생후 2개월짜리 갓난아기를 볼 수 있었다.

A 씨는 홀로 아기를 키우며 육아수당 등으로만 생활 중이었다. 분윳값이 없어 범행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A 씨는 경찰에 "조산아로 인큐베이터 생활을 한 아이가 혹시나 잘못될까봐 두려웠다"고도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 경사는 이에 곧장 마트로 돌아갔다. 아이에게 줄 분유를 사비로 산 뒤 A 씨에게 내밀었다.

고 경사도 지난해 12월 한 아이의 아빠가 된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더욱 마음이 쓰였다고 했다.

고 경사는 벌금을 분할 납부할 수 있는 지원 정책 등도 A 씨에게 안내했다.

A 씨는 사건 일주일 후 "당시 경황이 없어 감사 인사를 하지 못했다"며 "덕분에 여러 도움을 받았다. 감사하다"고 인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주경찰서는 A 씨를 지난 3월 말 절도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