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윤정희(부산) 기자] 연말연시 잦은 술자리 탓에 대리운전 수요가 폭증하는 가운데, 부산 일부지역에서는 대리기사를 찾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급증하고 있다. 하루 7~8만명이 이용해온 부산ㆍ울산ㆍ경남지역 대리운전시장이 혼란을 겪고 있는 것.

부산 다대동에 사는 최모(50세)씨는 “요즘 대리운전 이용이 너무 어렵다”고 하소연 한다. 연말 술자리가 잦아 대리운전을 이용하는 횟수가 크게 늘었는데 최근 들어 대리운전 이용을 위해 전화로 요청을 해도 기사가 잘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해운대 재송동에 사는 또 다른 시민 이모(40세)씨는 “최근 들어 대리운전을 불러도, 20-30분은 기본이고, 그마저도 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면서 “피크타임에는 웃돈을 줘야 만 갈수 있을 정도로 왜 이렇게 대리운전 부르기가 어려운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대리운전 업계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기사권익 보호차원에서 시행하는 ‘목적지 공개’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목적지 공개란, 대리운전 정보업체에서 대리기사들에게 출발지ㆍ도착지 등을 공개하고, 선별적으로 대리운전 콜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한 것. 심지어 이 목적지 공개를 하지 않는 업체에게 시정명령 또는 법적인 조치를 한 사례도 있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대리운전 업체에서는 목적지 공개를 할 수밖에 없다.

목적지 공개로 인해, 대리 운전기사들의 수입도 줄어들었다는 주장이다. ‘목적지 공개’ 시행으로 선호 지역 ‘쏠림현상’이 심화돼 콜 받기가 어렵다는 것.

부산지역 대리업체 기사 김모(46세)씨는 “기사 입장에서 보면, 가기 싫어하는 곳이 있고 나오기 힘든 지역에서 다시 시내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시간적, 육체적, 경제적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에 목적지를 보고 골라서 받는 선택적 수용을 할 수밖에 없다”면서 “최근 들어, 기사들의 숫자는 많아지고, 콜을 받는 것도 쉽지가 않아 수입도 예전만 못하다”고 마땅한 대책을 호소했다.

이러한 탓에 부산지역 대리운전 고객들의 입장에서는 평소에 잘 오던 대리운전이 ‘갑자기 잘 오지 않거나, 시간이 지연이 되는 이유’에 대해 의문을 가지면서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대리운전 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대리운전기사들은 대리기사를 요청하는 고객의 정보를 제공하는 업체의 대리운전정보를 보고 대리운전을 수행하는데, 출발지와 목적지가 이 정보에 나타나기 때문에 대리기사들은 선별적으로 콜을 수행할 수밖에 없다”며 “그러다 보니, 연말연시를 맞아 성수기에 들어간 대리운전 업체, 그리고 가장 중요한 고객, 대리운전을 하는 대리기사들의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대리운전으로 인해 언쟁과 다툼도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대리운전 기사를 불렀는데 오지 않는다고 상담원에게 욕설을 하거나, 늦게 왔다는 이유로 시비가 붙어 싸움이 일어나는 경우 많다. 특히, 요즘 같이 추운 날씨에 장시간 기다리다가 대리운전이 오지 않자 음주상태에서도 본인이 직접 음주운전을 하는 사람 등 심각한 사회적 문제까지 발생되고 있는 실정이다.

부산, 울산, 경남지역 최대 대리운전 업체인 A업체는 목적지 공개 이후, 소비자들의 불만으로 이래저래 고충을 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피지역 고객들로부터 “대리운전해서 돈을 벌어 배가 불러서 서비스가 나빠졌다, 이제는 안 부른다” 는 등 오해와 원성에 시달리고 있고, 배차시간 지연으로 취소율 증가, 고객 이탈, 회사 이미지 추락 등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업체측은 얼핏 목적지 공개가 기사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합당한 것으로 인식되어질 수 있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A업체 관계자는 “대리운전 서비스를 정보제공업체와 대리운전 기사간의 문제로만 보고 그 서비스 이용자인 시민은 간과한 것이다”며 “공정거래위원회의 잣대로 본다면 택시기사들이 자신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서 목적지에 따라 승차거부를 해도 된다는 해석도 가능한 것이므로 불합리한 결정이다”고 강조했다.

또한 자체 솔루션을 통해 콜 요청 고객에게 최단거리에 있는 기사를 배차해오던 이 업체는 목적지 공개가 오히려 고객 서비스 수준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업체측은 자체 상황실에서 고객들의 위치정보와 기사들의 위치정보를 파악해 100여대의 차량으로 기사들에게 무료합류차량시스템을 제공하여 콜이 많은 지역으로 이동시켜서 보다 많은 콜의 수행이 가능토록 함으로써 기사들의 수익을 증대해왔다고 주장했다.

A업체 오철환 홍보마케팅본부장은 “이번 공정거래위원회의 결정으로 인해 더 이상 대리기사에 대한 통제관리가 불가능해져 서비스의 하향평준화가 초래되어 결국에는 고객만 피해를 입게 됐다”면서 “기업 고유의 차별화된 서비스를 국가기관에서 균일화시키는 이번 조치는 대리운전 현실에 대한 이해부족이 낳은 결과로 보다 신중한 정책적 고심이 필요한 상황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