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수진 기자] 하성용<사진>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의 ‘발로 뛰는’ 비즈니스가 주목받고 있다. 발로 뛰는 비즈니스에 국경은 없다. 취임 7개월 동안 이라크, 필리핀, 페루 등을 방문해 정부 및 업체 관계자들을 직접 만났다. 이유는 한 가지다. 하 사장이 취임 때부터 강조한 ’해외 수출 강화’를 위해서다. 한국이 세계 방위산업 시장에서 아직 존재감이 미약한 만큼 경쟁국보다 두배, 세배 더 뛰겠다는 취지다.
결과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방산 대국인 유럽 국가를 물리치고 이라크에서 21억 달러 국산 경공격기 수출 계약을 따내는가 하면 지지부진 했던 필리핀과의 수출 계약도 내년 1월께 종지부를 찍을 예정이다.
16일 KAI에 따르면 하 사장은 지난 7월 강창희 국회의장과 함께 이라크를 방문했다. 이라크는 2014년 하반기에 들여올 F-16 조종사를 키우기 위한 훈련기 구매를 계획 중이었다. 2011년 4월부터 수주전에 뛰어든 KAI는 항공 강국인 영국, 러시아, 체코 등과 힘겨운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난항을 겪던 협상은 지난 5월 박근혜 대통령이 이라크 정부에 친서를 전달하며 분위기가 서서히 반전됐다. 여기에 강 의장이 의원외교를 위해 이라크를 방문하게되자 당시 취임 두달 차였던 하 사장도 직접 현지로 달려갔다. 단순히 훈련기 수출 만이 아닌 한국 공군을 통한 이라크 측 조종사 훈련도 제공하기로 하는 등 적극적인 수출 공세를 펼쳤고 결국 한국이 유럽 강호를 제치고 계약을 따냈다.
계약 규모도 늘어났다. T-50 12대를 구입하려던 이라크는 FA-50으로 기종을 바꾸고 24대를 구입하기로 했다. 계약 규모는 일단 기체 및 조종사 훈련 등을 포함해 총 11억 달러(약1조1580억원) 수준이지만, 여기에 25년간 항공기 운영에 필요한 부품 공급, 정비 등 후속 군수지원 계약도 예정돼 있어 전체 수출 규모는 약 21억 달러(2조2121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인사와 더불어 업체 대표까지 직접 찾아가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것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게 KAI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이라크에 이어 수출 계약이 가시화되고 있는 필리핀도 마찬가지다. 하 사장은 지난 7월 이라크를 방문하기 직전 먼저 필리핀에 들러 정부 및 업계 관계자들을 직접 만났다. 필리핀 정부는 한국산 경공격기 FA-50 도입 의사를 지난 해부터 밝혀왔지만 정부 승인 문제 등 내부 사정으로 실질적인 계약 체결은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말만 앞서는 상황이 계속되자 하 사장이 직접 현지를 방문해 적극적인 의사를 표현한 것.
필리핀 정부는 이후 공식 발표를 통해 내년 1월 안에 한국 경공격기 12대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KAI 관계자는 “필리핀 정부가 내년 1월 안에 관련 협상을 마무리 짓고 계약을 확정할 것이라는 내용을 최근 공식 발표했다. 늦어도 내년 1월 안에는 수출이 성사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지난 11월에는 조립생산공장을 준공한 페루에 일주일 간 방문해 현지 생산 설비를 점검하고 또 국산 훈련기 추가 수출을 위한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KAI는 현재 이라크, 필리핀에 이어 페루, 보츠나와, 미국을 대상으로 국산 훈련기 수출을 타진하고 있다.
해외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수출 증대를 위한 하 사장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10월 29일부터 11월3일까지 6일 동안 일산 킨텍스에서 진행된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2013(서울 아덱스 2013)’에서는 하 사장이 직접 KAI 전시관을 지키며 현장을 방문한 이라크, 필리핀, 리비아 등 해외 바이어들을 맞았다. 잠시 들러 직원들을 격려하는 차원이 아니라 행사가 시작된 첫 날부터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키며 마케팅에 나선 셈이다.
KAI 관계자는 “이라크 측 관계자들도 이 때 아덱스 행사를 방문했었다. 당시 하 사장이 이들을 직접 맞이하며 마케팅을 진행했다. 이번에 계약이 성사된 배경에는 이런 사전 만남들이 영향을 미친 부분도 있는 것 같다. 사장이 행사에 직접 나와 자리를 지키는 것은 흔한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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