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재현 기자]법무부가 제출한 통합진보당 해산청구 심판 제청이 국무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헌정(憲政) 사상 처음으로 정당 해산 심판이 청구된다.

진보당은 그 전신격인 민주노동당 때부터 시민단체 등에 의한 해체 청원에 시달려 왔다. 국민행동본부 등 보수단체들은 지난 2004년 6월 민노당 해산청원을 낸데 이어 2011년 8월에는 진보당에 대한 정당 해산 청원을 냈으며 지난해 5월과 올해 4월에도 계속해서 진보당 해산 청원을 냈다. 올 9월에는 탈북자단체도 해산 청원을 내는 등 모두 5차례에 걸쳐 법무부에 진보당 해산 청원이 있었다.

위헌정당에 대한 해산 심판 제청권은 정부가 독점적으로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 헌법 8조에는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 정부는 헌법재판소에 그 해산을 제소할 수 있고, 정당은 헌법재판소 심판에 의해 해산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헌법재판소법에는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정부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헌재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그간 진보당의 경선 부정 등 진보당 해산 청원 사유들에 대해 정당을 해산할 만한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정당 해산 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석기 진보당 의원 등의 내란음모 혐의가 드러나면서 정부의 입장이 바뀌었다. 법무부는 지난 9월 초 이 의원이 구속되면서 정점식 검사장을 중심으로 TF(테스크포스)를 꾸려 진보당 해산 청구를 검토했다. 이들은 이 의원 등의 내란 음모 혐의와 통진당의 당헌ㆍ당규 및 강령, 통진당원들의 국보법 위반 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법리 검토한 결과 현행법에 정하고 있는 민주주의 기본질서에 위배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법무부는 이 의원 등이 지하혁명 조직 RO 회합을 통해 국가 주요 시설 파괴를 모의한 사실 등이 내란 선동 및 내란 음모에 해당되는 만큼 통진당의 목적과 활동이 민주주의 기본질서에 위배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북한의 고려연방제 통일방안과 통진당의 통일강령이 일치하는 점,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고 주한미군은 철수하라’는 강령 역시 북한의 통일 강령과 일치하는 점 등을 기반으로 통진당이 내세운 민중민주주의 강령 등도 북한을 일방적으로 추종하는 것으로 결론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정당해산의 선례를 가진 국가가 많지 않지만 연방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두 차례 정당해산 경험이 있는 독일의 사례를 면밀히 검토했다”고 밝혔다. 독일에서는 연방헌재 결정으로 1952년 사회주의국가당이, 1956년 독일공산당이 해산된 바 있다.

한편 국무회의를 통과한 정당해산심판은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 청구한다. 헌법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이 찬성하면 정당해산 결정이 내려진다. 헌재는 최종 결론이 날 때까지 직권으로 정당 활동을 정지시킬 권한도 있다. 정당해산 결정이 내려지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이후 정당해산 절차를 진행한다. 해산된 정당 소유 재산은 모두 국고에 귀속된다.